[편집자주]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1990년 엔솔로지(아버지의 나라』 실천문학)에 통증으로 등단 이후장편소설 오래된 뿔(은행나무등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잡지사 정치 관련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1퍼센트를 위하여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AIG와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졌을 때, 미국의 자본주의는 망했습니다. 돈을 벌면 살아남아 계속 돈을 벌고, 돈을 못 벌면 망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이치인데, 돈을 못 벌어 망한 회사를 국가가 공적자금(국민 세금)을 퍼부어 살려냈으니, 자본주의는 망한 것이지요. 미국이 자본주의의 대표적 종주국이니, 미국이 망했다는 것은 곧 자본주의의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런데 그 망한 자본주의가 버젓이 살아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망한 것은 그 일을 벌인 경영주와 조력자들 경제관료 경제학자들인데, 애꿎은 일반 서민과 노동자 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영주들과 책임져야 마땅한 자들은 책임 대신 자신들이 키운 거품 속에서 빨아들인 진액만을 챙겨 빠져나온 때문입니다.

이게 부시 정권 때 일인데, 오바마 정권 때 이런 문제를 일으켰던 경제관료, 학자, 경영인들을 다시 대거 등용했습니다. 달라진 것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미국 경제는 1퍼센트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1퍼센트의 부자들은 더욱 많은 부를 챙기고, 99퍼센트의 노동자들은 더욱 쪼들리는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중산층 같은 건 설 자리를 잃게 되었지요. 

변혁의 주체는 오직 민중

우리는 돈 많고, 학벌 좋고, 권력 있으면 땡입니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라고 안 합니까. 왜, 어떻게 돈을 벌고, 학벌을 얻고, 권력을 얻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재벌이, 명문대가, 높은 권력이 곧 힘이고, 이 힘이 바로 정의이자 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권력을 쥐고 돈까지 많이 번 이명박은 재임 시절 당당한 목소리로 국민을 향해 정의를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내가 부패하려면, 나 이외의 모든 국민이 정의로워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내가 먹을 파이가 커질 테니까요.

감방에 들어간, 탄핵받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뗑깡을 부리고 있고, 감방 문턱 밑에서 움찔움찔하는 이명박은 장사꾼답게 설레발을 쳐대며 어르고 있습니다. 모두가 현 정권의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지요.

나라가 무법천지입니다. 양아치 떼가 설치고, 야바위꾼이 연일 겁박을 해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법치국가인지라 법이 있을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법이 안 먹힙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이미 오랜 기간 법 위에서 아무 일 없이 군림해 왔기에 새삼스레 법을 들먹이는 우리 사회가 이해되지도 않고 받아들이기도 곤란한가 봅니다. 두 왕조(이명박·박근혜) 국가를 거치면서 국민도 법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것일까요. 아니면 지난 10여 년 동안 법보다 권력이 우선이라는 학습을 받은 때문인가요.

촛불 혁명은 신권력 대 구권력의 싸움이 아닙니다. 기존 정치세력 대 민중 세력의 싸움이지요. 기존의 정치권력, 자본권력, 문화권력은 촛불 혁명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민중이 정치권력을 믿고 의지하여 방심하면 문재인 정권도 이명박, 박근혜와 같은 맥락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 문재인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적폐도 만만치 않으나, 그 수하들의 적폐는 규모를 알 수도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큰 것이지요. 국민의 피를 빠는 세력은 ‘대장’을 앞세운 그 수하들이지요. 최고 정점에 계신 대장 분들은 그 급에 해당하는 불들끼리 서로 뺏고 빼앗는 ‘나와바리’가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의 이미지를 믿고 방심했다가 노무현의 후폭풍을 맞은 바 있습니다. 그 후폭풍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문재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만든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입니다. 스스로 올바른 대통령이 되고자 몸부림쳤던 노무현은 고단했습니다. 서거 뒤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주로 노사모 되시는 분들이 울부짖으며 안타까워했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는 것을 알지 않았습니까. 죽으면, 아니 개혁에 실패하면 끝인 것입니다. 

민심이 밥

미국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망한 회사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부시 정권이 7000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이게 모두 미국민 혈세였습니다. 하지만 그 금융경제위기를 몰고 온 주범과 장본인들은 엄청난 이득금과 심지어는 보너스까지 챙겨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자 그 단죄받지 않은, 아니 조사조차 받지 않은 ‘범죄자들’이 다시 경제 전선으로 컴백을 해서 경제관료와 주요 정책자문역을 맡은 것입니다. 이들은 누굴 위한 정책을 펼칠까요. 서민?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니라면, 그 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뒤가 구린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겁박을 하고, 박근혜가 뗑강을 부리는 데는 무언가 기댈 언덕(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지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돌아앉은 민심을 되돌려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민심의 반대편에서 열심히 땡깡, 협박, 공작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은 오늘도 열심히 죽을 쑤고 있습니다. 그 죽을 국민이 먹어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아무튼 제대로 자리 잡은 민심을 잘 지켜야 죽사발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죽사발 넘보는 정상배가 어디 한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