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동 천안법원 신청사의 공개공지(왼쪽) 및 물음표 표지판.

지난 27일 입주한 천안법원 청수동 신청사. 청사 앞 버스정류장 가까이 생소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표지판 제목은 ‘공개공지’. 법원 공지 사항을 적어 놓는 판인가?

궁금해 다가가 보니, 자그만 영어 글씨로 한글 제목 아래에 ‘PUBLIC OPEN SPACE’라고 쓰여 있었다. ‘이곳은 모두가 이용 가능한 공개공지입니다’라는 친절한 해설도 붙어 있었다. 벤치가 있는 걸 보니 휴식 공간을 말하는구나. 의문이 풀렸다.

스마트폰에 쳐봤다. 공개공지(公開空地)는 ‘쾌적한 환경을 위해 사유지에 조성하게 하는 공적 공간’을 뜻하는 건축법 용어였다. 건축주는 큰 건축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지금껏 많은 빌딩을 오가면서도 이 단어는 처음 접했다. 처음엔 ‘역시 법을 다루는 법원이라 다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금세 ‘등기소가 있어 많은 시민이 찾는데 왜 저런 낯선 용어를 썼을까’ 의아심이 들었다.

시민 휴식 공간이라면 ‘쉼터’라는 익숙한 말이 좋지 않을까. 혹 시민이 잘 모르는 용어를 택한 ‘깊은 뜻’이 있다면 몰라도.

바로 옆에 또 이상한 표지판이 있었다. 판 상단에 ‘?(물음표)’만 쓰여 있고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청사 안 주차장에 세워진 같은 표지판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청사 시설 안내판이었다. 버스정류장의 표지판은 아직 완성이 안 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작 버스정류장에 내린 민원인이 민원동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어떤 표지판도 보이지 않았다. 공개공지와 물음표 표지판이 전부였다. 승용차로 법원에 들어올 때도 정문에서 민원동 유도 표시는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시민들은 고소·고발을 위해 검찰 청사를 찾기보다 등기부등본 등을 떼기 위해 법원을 더 찾는다. 45년 만의 청사 이전으로 분주했겠지만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29일 오후 법원을 찾았을 때 민원동 동쪽 입구 맞은편에 이사 폐기물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새 아파트 입주와 다를 바 없었다. 입주는 설레지만, 이사는 힘들다.

<다른시각 충남서북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