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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KBS MBC 파업 이후, KBS와 MBC는 방송을 결방하거나 축소 편성하고 있다. 심지어 사전녹화로 뉴스를 내보내는 상황까지 왔다. 프로그램 축소에 따른 피해는 전 국민이 보고 있으나 이런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이 분노하지 않고 있는 것은 ‘파업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참아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은 12차 ‘돌마고 파티’에 참여한 시민의 모습.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편집자주]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필진으로 나선다.

부제 : 지상파 뉴스에서 사라진 ‘언론장악’

‘녹화 뉴스’에 ‘결방’, ‘음악 편성’까지
공영방송 정상화 위해 분노 참는 국민
 

국민 상당수가 KBS MBC 파업을 알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이번 파업 이유로 방송사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1) 뉴스 시간은 줄었고, 심지어 녹화해 뉴스를 내보내는 상황까지 왔다. 시사프로그램들은 줄줄이 결방됐고, 그나마 나오는 프로그램은 그동안 익숙했던 진행자들이 변경됐다.

이 문제는 서울 시청자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짧았던 지역 뉴스는 더 줄었다. 라디오 방송은 더 심각하다. 진행자가 빠지고 ‘음악’만 편성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프로그램 축소와 뉴스 정보 축소에 따른 피해는 전 국민이 보고 있는 꼴이다. 매달 수신료를 납부하고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청자들이 분노하지 않고 있는 것은 ‘파업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참아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기사와 정보에 대한 지상파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언론장악 실체’ 감추는 KBS와 MBC 

지금 현재 2008년 이후 MBC KBS SBS YTN 등 방송을 포함해 라디오 신문 등 언론계 전반에서 벌어진 언론장악 문제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청와대에 불리한 의제를 축소하고 유리한 의제를 키우고, 이를 위해 주요 언론기관 종사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배제하는 등 실제 여론을 조작하는 행태까지 자행됐던 것이다. 소위 언론파괴 공작이 국정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실체를 아직까지 지상파 특히 KBS와 MBC에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이는 KBS MBC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의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며, 또 국민들이 파업에 응원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업 중인 KBS MBC 저녁 뉴스 리포트를 살펴보면 파업의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MBC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 보도 중 ‘언론장악’ 및 ‘방송사 파업’을 중심으로 기사를 살펴보면 ‘언론장악 실체’를 감추고 교란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MBC는 자사 성명과 자유한국당 프레임 보도
KBS는 ‘언론장악’ 실체 소극적 보도로 ‘면피’
 

특히 MBC는 김장겸 사장의 고용노동부 출석과 관련 자사 성명을 중요하고 주요하게 다뤘고, 관련 기사에 맞붙여 자유한국당의 ‘언론장악 규탄’ 프레임을 이어 나갔다.(9월 4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문건과 관련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방송장악 문건>으로 규정해 보도를 주요하게 이어 나가며 자유한국당의 집회 보도와 움직임을 부각시켰다.(9월 8일부터) 또 파업 중인 KBS와 MBC가 이사진 퇴진 투쟁을 벌이는 문제를 집요하게 보도했다.(9월 12일부터) 그리고 국정감사와 관련 자유한국당 발언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편향적인 기사를 출고했다.(10월 11일 MBC보도 등)

이러한 보도들 속에서 국정원 개혁위에서 발표한 소위 ‘언론장악 문건’ 및 블랙리스트 등은 뉴스 후반부에 배치하거나 축소 및 미보도 등으로 실체 파악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KBS 보도는 MBC를 능가하며 따라가지는 않았지만 ‘언론장악’ 실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면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 내부 문건’을 현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몰아붙이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의 언론장악 문제 및 그 적폐들을 가리기 위한 보도 행태들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9월 12일 MBC뉴스 리포터는 8~9번째 자유한국당이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기사와 KBS본부가 대학에 가서 이사 퇴진을 요구한 것을 자세히 배치한 반면 국정원이 공개한 블랙리스트 관련 기사는 17번째에 배치했다.

이는 지난 11일 국정원개혁위가 언론장악 관련 자료를 공개한 내용을 하루 묵혀 12일 뉴스 후반부에 배치한 것이다. 또 18일 국정원이 ‘KBS MBC 문건’을 추가로 밝혔지만 MBC뉴스는 다루지 않았다. 이같이 언론장악 실체를 감추려 하는 보도 행태들은 KBS MBC 언론노동자들의 파업 정당성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보도를 되찾기 위해 언론적폐 경영진들은 물러나야 한다. 벌써 파업이 40일이 넘었다.

이기범(민주언론시민연합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