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8.1.3/뉴스1

[편집자주]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1990년 엔솔로지(아버지의 나라』 실천문학)에 통증으로 등단 이후장편소설 오래된 뿔(은행나무등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잡지사 정치 관련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홍 대표와 이 전직 대통령의 신년만남에 부쳐

수상한 돈과 막말의 만남

국가를 주식회사 개념으로 보고 나라를 통치 아닌 경영을 하면서 숱한 금전적 의혹을 불러일으킨 전직 대통령이 있다. 안으로는 4대강을 파헤치면서 ‘돈잔치’를 했고, 밖으로는 자원외교라는 미명하에 국부를 함부로 해 손실을 일으켰다. 둘 다 국익에는 큰 도움을 준 것 같지 않고, 사익에는 엄청난 도움을 준 것같다는 것이 일반적·보편적 생각인 것같다. 이렇게 국부를 찜 쪄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도곡동의 땅과 BBK 그리고 다스를 통해 개인의 부를 챙겼다. 일반인이 일반적인 비리나 꼼수나 사기로 챙겼다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하겠으나, 막중한 통치권을 내세워 사적 이익을 챙겨 먹은 것이다. 이런 대통령과, 맞장구를 치면서 이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되어보고자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이는 현재 제1 야당 대표가 있다. 그는 입이 가히 ‘시궁창 수준’이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일진대, 젠더가 뭔지도, 성희롱이 뭔지도 모르는, 다시 말해 세상의 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권력제일주의, 남성제일주의, 마초주의, 슈퍼울트라극우주의 등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니, 이른바 돈 없고 힘없는 것들은 다 아랫것들이고, 이 아랫것들의 인권 따위와 관련된 것은 관심 밖이다. 돼지발정제, 주막집 주모 발언 등은 그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뭣이가 들었는지를 충분히 가늠케 한다. 아, 또 있다. 미국에 가서 나라 위상 깎아먹고, 일본에 가서는 자국의 대통령을 디스하고 다녔다고 한다. 트럼프도, 아베도 다들 자국의 이익들을 챙기느라 한반도를 재물로 쓰기 위해 불철주야 들쑤셔대고 있는데, 이 양반은 그들에게 아첨하고 비위맞춰가면서 명분을 주고 용기를 주고 빌미를 제공해주느라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이 중국에 아부라도 하는 양 강력 디스한다. 그게 자신들이 집권 시 싸놓은 것에 대한 뒷정리인데도 말이다. 어찌 보면 싸놓은 것을 치우는 것보다 그 위에서 뒹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뒹굴면 좋은데, 꼭 치우는 사람을 극구 끌어들여 뒹굴려고 하니 문제다.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것은 시정잡배 저리가라 식이다. 어디 이뿐인가. 어린 학생이 그린 인공기 등장 그림 한 장으로 놓고 대한민국이 적화된 양 침소봉대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전 정권에서도 인공기 등장 그림은 있었건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는 무조건 부르짖는다.

국민·주권·영토에 대한 개념도 없다. 정치지도자가 이 국민·주권·영토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무감·책임감은 고사하고 개념도 없다. 이런 두 사람이 신년 벽두에 만나 막상막하의 저급한 수준의 개그를 나눴다. 대표가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 ‘알현’한 것이다. 이 둘이 주고받은 말을 옮기면, 정말로 개그 대본이 된다. “좌파 정권이 들어서니 SBS도 뺏겼어요, 아예 빼앗았어.” 홍 모의 말이다.

방송이 권력의 하수인?

그러니까, 홍 모 씨는 아무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골프장에서 골프 치기보다 캐디를 이상하게 대해 성추행으로 실형 받은 박희태 씨(이분은 국회의장도 지내셨다)가 북한정권의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인독재왕조국가 북한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는 중국과 비교하며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지 못한 진보정권 관료들을 야단친 일보다 더욱 무개념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도, 상업방송에 대한 개념도,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도 없다. 오직 정치권력만이 절대선이고 절대적인 힘이다. 그래서 권력이 방송을 빼앗고 빼앗긴다는 생각이 가능한 것이다. 이걸 전직 대통령이 현 정부의 적폐라고 했다. 나중에 정권 바뀌면 심판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 같다. 똥 묻는 개가 겨 묻은 개 비웃고, 똥과 된장을 구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은 구분을 못해서가 아니라, 같이 이전투구하고 싶어 우기는 것일 게다. 사람이 되어서 어찌 똥, 겨, 된장을 각각 구분 못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홍 모 대표는 겨와 된장(어쩌면 그것도 아닐 수 있다)을 똥으로 못 박는다. 적폐가 아니고 ‘강도짓’을 했다고 한다. 강도. 법을 배우고 한때 그 법에 붙어먹고 살았다는 사람이 강도의 뜻을 모를 리 없다. 알겠지. 알 것이다. 그래서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라는 사람이 알고도 엄한 소리를 하니까.

자, 이제 두 사람 대화 중 압권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이 “야당이 강하게 가려면 정부의 긍정적 측면도 이야기 해야지.”라고 훈계조의 말을 한다. 그래도 자신은 홍 모 보다 격이 좀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 아닐까. 이에 대한 답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쇼는 기가 막히게’ 잘 한다는 식으로 받았다. 쇼. 홍 모 대표의 눈에 현 정권의 통치가 쇼로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 통치는 재벌, 기득권자 그리고 이를 떠받들어 모시는 보수중산층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상인, 서민, 힘없는 자, 억울한 자를 위해 하는 통치는 빨갱이들을 위한 통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그 빨갱이들로부터는 표만 받고, 즉 표만 구걸하고, 돌아서면 배신하고 등쳐먹고 이용하는 것이다.

쇼는 홍 모 대표가 잘하지 않는가. 백주대낮, 맨 정신으로 흘러간 노래도 구성지게 잘 하시고. 전직 대통령과의 만남도 쇼로 만드시고. 다만 쇼에도 진정성과 질과 수준 따위가 있을 터인데, 이 점을 커버할 수 없어 수준 높고 흥행성 높은 문 쇼를 시기 질투하는 건 아닌가, 잘 돌아볼 일이다. 어둠 속에서는 제대로 보이는 게 없다.

권력의 용도는 명백하다. 돈 없고, 배운 바 부족해 못 살고 억울하게 사는 사람들을 제도적 힘으로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쇼가 필요하다면 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진심이. 진정성이 쇼로 보인다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을 되새겨 볼 일이 아닌가 싶다. 세상사 이치가 어디 만만하던가. 양두구육·조삼모사·교언영색·곡학아세 기타 등등 삿된 것들이 영원히 통하는 걸 봤는가.

어쨌든 정치인은 뭇사람을 바로 이끌어나가야 할 지도자일 터인데, 부끄러움을 몰라 큰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긍휼함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리고 이 공자의 말씀을 떠받들며 2600여 년을 살아왔는데… 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