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병천면 유관순사우에 있는 유관순열사 동상.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중인 국보280호 ‘천흥사 동종’이 원래 있던 곳을 천안천흥사가 아니라 경기도 광주로 잘못 표기했다는 뉴스가 최근 있었다. 이 동종은 박물관 3층 금속공예실 한가운데 특별하게 모셔져 있다.

뜻밖의 일이었다. 동종 몸통에 ‘聖居山 天興寺鐘(성거산 천흥사종)’이라고 새긴 종이 어떻게 광주에서 나온 종으로 둔갑했을까.

천안 성거읍의 천흥사지(址)에선 천흥사 절 이름이 새겨진 기와조각이 나왔고, 성거산은 고려 태조 왕건이 “오색구름이 산을 둘러싸고 있어 신선이 사는 듯하다”면서 지은 이름이다. 현지에 남아있는 천흥사지 당간지주와 5층석탑은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천안의 역사는 천안에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천흥사 동종과 관련해 한 가지 후회스러운 일이 있다.

7년 전인 2010년, 천흥사 동종이 제작된 지 1000년이 되던 해였다. 일부 향토사학자들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런 일 없이 그대로 흘러갔다.

이 종은 왕건의 손자, 현종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즉위한 다음 해 할아버지와 연고가 깊은 천흥사에 설치한 것이다. 천흥사는 고려 태조가 후삼국 통일과 연관돼 창건한 것으로 학계는 여기고 있다.

천안은 왕건이 후삼국통일을 위해 만든 ‘군사 신도시’가 아니던가. 이런 인연을 감안할 때 7년 전 천안시는 마땅히 ‘천흥사 동종 1000년 행사’를 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런 실수를 저지를 않았을지 모른다.

19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2년도 남지 않았다. 천안은 국민 대다수가 3·1절에 떠올리는 유관순 열사(1902~20)가 태어나고, 만세를 부른 곳이다. 유 열사는 해방 직후부터 순국 사실이 알려지면서 ‘3·1운동의 심벌’이 된 인물이다. 당연히 100주년 기념행사 때 주요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천안시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없다. 지역 대학에 연구소(백석대 유관순연구소)가 있으면 뭐하나. 설립 10여 년이 되도록 한국 근세사 연구자 한 명 두지 않은 이름뿐인 연구소다.

지금이라도 ‘천안 3·1운동 100주년기념 특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만들어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종의 효심과 관련된 창건 이야기가 생생한 성환 홍경사의 창건 1000주년(2021년)은 그냥 넘어 가도라도 천안 3·1운동 100주년은 꼭 챙기자. ‘있는 역사도 못 살리는 천안시’란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왕건과 미미한 관련성이 있는 대구시 달성군까지 ‘고려 건국 1100주년(2018년)’ 행사를 열고 있고 있다.

<다른시각 충남서북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