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정치기본 찾기 연대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탈당한 교원의 정치기본권 및 교원의 시민적 권리 촉구하고 있다. 2017.12.28/뉴스1

 [신정섭의 교단직설]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은 ‘정치적 금치산자’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이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6․13 지방선거 민주진보 교육감 경선후보로 등록한 한 인사가 올린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인의 ‘경고’를 받고 ‘좋아요’를 취소했다. 단지 교사라는 이유로,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의사표현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지난 2월 28일 교사정치기본권연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출마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전국의 교사 1,068명의 의견서를 받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정치기본권연대는 서울교총, 전교조, 서울교사노조,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보수․진보를 아우르고 있다. 이 단체는 회견문에서 “교사에겐 정당에 가입할 자유도, 국민경선에 참여할 권리도, 정치후원금을 낼 권리도, 심지어 교육감 후보를 지지할 자유조차 없다”며 이는 교사를 ‘정치적 금치산자’ 또는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국가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3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가입 금지 조항 등 정치활동 금지’에 대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로 볼 때 현행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관 9명 가운데 합헌이 5명, 위헌 의견은 4명이었다. 올해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까?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헌법 제11조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공무원은 같은 헌법 제31조4항에 들어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족쇄에 묶여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본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이 정권의 이데올로기 선전의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외려 교사에게 정치적 식물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로 탈바꿈시킨 까닭이다.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특정 정당에 정치 후원금을 내거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해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및 ‘집단행위 금지’ 수식어를 달아 대량 해고와 고발, 징계 등의 철퇴를 휘둘렀다.

잘 알고 있다시피, OECD 국가들 가운데 이렇게 교사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나라는 단 한 군데도 없다. 심지어 앙골라, 도미니카, 케냐, 짐바브웨 등의 나라도 교원에게 정치 활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특정 종교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교할 수는 없지만 학교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 되새겨 보더라도, 유독 교사들에게만 ‘종교의 자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치적 자유’를 금하는 현행 법률의 위헌성은 분명하다.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대전교육희망2018’ 회원 가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교사들이 ‘개인회원’ 가입 이외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현실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교사들은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제자들에게 진보교육감 후보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문자 메시지조차 보낼 수 없다. ‘창의융합’을 말하고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21세기에,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자신은 ‘2등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한 번 누를 때조차도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이 후진적인 정치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