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관저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2017년 10월 전국연합학력평가 1교시 국어 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해당 칼럼과 관련 없음)/뉴스1

[편집자주] 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 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 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 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 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한 가지 유의미한 통계가 온 국민의 시선을 끌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학생 건강 검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체 학생의 43.9%는 하루 6시간도 잠을 못 잤다. 특히 여고생의 경우, 절반이상인 약 53%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대전광역시는 유감스럽게도, 6시간미만 수면 비율이 무려 61.6%(남학생 59.7%, 여학생 63.7%)에 달해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지역의 고등학생 열에 여섯은 하루 6시간도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이다. 2위 경북(50.5%)과 10%이상 차이가 났고, 부산(49.21%)이나 서울(48.90%) 등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으며, ‘꼴찌’ 인천(34.5%)과의 격차는 27.1%에 달했다.

왜 유독 대전의 고등학생들은 잠이 부족할까. 답은 나와 있다. 강제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와 조기등교 탓이다. 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병욱 의원은 지난 24일, 전국 고교 2,358곳 중 1,900곳(80.5%)가 야자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전은 62개교 중 52개교(83.9%)로 조사됐다.

문제는 야자가 ‘자율’이 아닌, ‘강요된 자율’이라는 점이다. 대전 지역 고등학교의 대부분은 아이들을 반강제로 교실에 붙잡아두고 있다. 수요 희망조사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의 경우, 학부모 서명까지 받아 야자 불참 의사를 밝혀도 “특별반 명단에서 제외하겠다”는 협박을 받기 일쑤다. 야자 관련 민원은 1년 내내 끝도 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의 자율성’을 핑계로 사실상 지도·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6시간미만 수면의 두 가지 원인 중 하나가 조기등교다. 재작년 2월, 대전시교육청은 ‘행복등교 자율시행 권장안’이라는 이름으로 ‘9시 등교 포기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시교육청 자체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전 관내 고등학교의 등교시각은 7시30분~7시40분 사이가 32%로 가장 많았고, 7시30분 이전 조기등교 학교도 19%에 이르렀다.

‘아침이 있는 삶’을 위해 학생들의 등교시각을 8시30분 이후로 늦추거나, 최소한 8시 이전 조기등교만큼은 막아달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대전광역시교육청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권한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학생들의 수면 부족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상당수 아이들은 등교하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잔다. 잠을 안 재운 채 장시간 학습노동을 강요하면서 무슨 ‘창의인성교육’을 논한단 말인가. 그런 헛구호에 현혹되는 시대는 지났다.

또 한 가지 매우 유의미한 통계가 지난 4월에도 발표되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대전시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45.0%였다. 전국 평균(52.3%)에 비해 7.3% 정도 낮은 수치다. 충남은 65.2%가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아이들을 오래 붙잡아둔다고 학업성취도가 높아지지 않는 것처럼,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상태에서 공부가 잘 될 리 없다. 충분한 수면과 자아존중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 양성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내년부터라도 ‘강제 야자 폐지’와 ‘8시 이전 조기등교 금지’ 이 두 가지만이라도 실천하기를 바란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