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섭의 교단직설]

[편집자주] 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 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 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 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 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2일, 지역의 한 언론에서 ‘대전 학교급식, 유령업체 세워 중복 입찰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이 언론은 다음날에도 “대전시 특별사법경찰과 경찰에서 불법 급식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고 단독 보도를 했다.

해당 언론에 따르면, 대전 지역 급식업체 세 곳에서 유령회사를 통해 낙찰을 받고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가공한 제품을 대리 납품하는 일명 ‘박스 갈이’ 수법으로 축산물 식자재를 불법 납품했다. 이러한 혐의로 4명이 서부경찰서에 입건되었으며,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납품한 학교가 대전지역 초·중·고 1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언론은 경찰뿐만 아니라 급식업체 운영을 지도․감독하는 대전시 특별사법경찰에서도, 대전의 60여개 축산물 급식 업체 전체에 대하여 실태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분명 다른 언론에서 따라붙을 만한, 상당히 파장이 큰 뉴스였다. 하지만 ‘단독’ 보도의 수명은 매우 짧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을 지켰다. 특정 언론사가 특종 보도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상도(常道)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게 언론사의 오랜 관행이고 불문율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언론이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견인차가 사고 처리를 독식하는 시스템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올해 들어 여러 차례 단독 보도가 있었다. 지난 1월 지역의 한 방송사가 “교육감이 대신고 9급 행정직 채용과 관련하여 인사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고 뉴스를 내보냈다. 5월 하순에는 한 인터넷 언론에서 “대전시교육청 개방형직위 3급 감사관에 본청 5급 사무관이 내정됐다”는 인사비리 의혹을 보도했고, 6월 말에는 대전A중학교 집단음란행위 사태가 한 인터넷 매체의 지면을 장식했다. 8월말에는 대전N초등학교에서 양잿물로 국솥을 닦았다는 조리원의 양심고백이 전파를 탔다.

위 사례들 모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만한 이슈였지만, 사고 소식을 뒤늦게 접한 ‘견인차’들은 제대로 출동하지 않았다. ‘박스 갈이 납품’처럼 사고 소식 자체를 알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대전A중학교 집단음란행위 사태’처럼 견인차가 서울에서 먼저 달려온 경우도 있었다. ‘감사관 내정설’과 ‘양잿물 식기 세척’ 건은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될 처지에 내몰렸다.

물론, 특종 보도라고 해서 무조건 파급력을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사안의 성격상 타 언론사에서 따라붙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팩트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독 보도를 한 언론사가 후속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예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고 처리’ 사례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위 두 가지 이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후속 보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다. 그 ‘다른 사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관행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시 학교급식 비리 의혹 문제로 되돌아오자. 특정 업체가 여러 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낙찰률을 높이는 급식업체 납품 비리 의혹은 이미 지난 해 10월 전교조대전지부와 대전경실련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사안이다. 전교조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전지방경찰청에 제출한 것이 작년 10월 26일이었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대전 경찰에서는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이럴 때 심층취재를 통한 언론의 단독 보도는 경찰에 큰 압박이 되고, 대전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줄 수 있다. 조만간 대전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니, 그 전에 섣불리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건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주관적인 판단이 아닐까. 뉴스의 가치는 언론사 데스크가 아닌, 어디까지나 국민이 판단할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