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영학은 피해 여중생 A양(14)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하다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집자주] ‘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필진으로 나선다.

‘어금니 아빠’ 둘러싼 선정보도 문제점

미디어의 집요한 관심과 취재 의욕에 견줘 ‘보도할 가치(newsworthiness)’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만들어내는 상황”이 될 경우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계가 필요해 보인다. 흔히 비정상적이거나 현실에서 흔하지 않은 사건을 가리켜 ‘엽기 사건’이라는 명칭을 붙이는데 이러한 사안의 경우 상당 부분 일탈성이 크기 때문에 특히 연관한 개인의 사생활은 뉴스화하기도, 의혹화하기도 쉽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건이나 사고에서도 개인의 사적 영역은 있기 마련이고, 보도 대상자의 모든 행동을 보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는 것에는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예고된 언론보도의 과열 양상 

연휴의 마지막 즈음부터 10대 여중생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 씨는 ‘어금니 아빠’로 실검을 장악하며 등장했다. 그의 별명은 희소병을 앓던 신체 특징이기도 하고 그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병을 유전으로 물려받은 딸과 함께 여러 번 미디어에 소개되었던 것에서 생겼다. 숨진 학생이 이 씨의 중학생 딸 친구라는 사실이 보도 초기부터 알려졌고, 시신을 유기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의심되는 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이들 부녀는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됐다. 

딸의 희소병을 치료하기 위해 후원모금을 벌여왔다는 이 씨가 사실은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녔다거나, 고급견을 분양받거나 팔았으며, 온몸에 문신을 했다는 사실 등이 빠르게 보도됐다. 이 씨의 이중생활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한 달 전 아내의 자살과 성폭력 사건이 연관되어 있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사 간 단독취재 쪽으로 경쟁이 과열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수사 정황 진전 맞춰, 추악하게 더 선정적으로 

보도에 신속성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언론의 주목이 없으면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을 사건도 아닌데, 종편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포함해 인터넷 언론들이 쏟아내는 보도내용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을 넘어 과도한 보도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몇 가지 보도 태도에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상황이 발전하는 단계마다 경찰 관계자의 간접적인 설명을 근거로 범인의 추악성을 보도하는 태도이다. 수사 정황은 결국 밝혀지거나 구체화될 사안일 것이라고 짐작해서 언론이 보도 거리로 삼기 쉬운 소재이다. 수사 상황이라는 점을 언론이 단서로 달아 두지만 기자들이 추가적으로 검증취재한 내용이라는 것이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동영상을 다시 찾아 다시 보는 것이어서 주관적 판단의 개입 여지가 많다. 이 씨가 인터넷상에서 왕따 문제를 상담하는 여학생에게 답글을 달아 접촉하려 했었다는 수사내용을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을 ‘10대에 대한 집착’, ‘미성년자 향한 남다른 관심’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선정적이다. 경찰이 압수한 물품 중에 음란한, 기괴한 성인용품이 있었다는 내용을 두고 ‘가학적 성적취향’을 언급하는 것도 보도시점에서 볼 때 범행동기를 분석한다는 취지보다는 자극적 묘사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되기는 마찬가지다.  

둘째 이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성폭력 사건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보도함에 있어서도 주의가 있어야 한다. 아내에 대한 사건 수사의 내용을 보도함에 있어서 범행동기와 연관하기 때문에 알아두어야 할 사건처럼 보도하지만, 성적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밝혀둔 고인을 보도함에 있어서 ‘추정하고 있다’는 방식으로 특정 사실에 대한 암시 혹은 특정한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표현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 씨와 딸이 이번 사건을 모의하는 과정에서 딸이 SNS를 이용한 정황이나 범행에 동행했던 CCTV 장면 등을 두고 부녀 관계를 확정 짓거나, 학교생활에 대한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딸의 정신감정에 해당하는 평가를 내놓는 것은 범죄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하는 섣부른 보도일 수 있다.

사회적 충격‧배신 크지만 ‘클릭 장사’는 경계해야 

언론이 이 사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많다. 이 씨는 딸의 희소병을 걱정하는 아빠였고, 가정 형편의 어려움 속에서도 담담하게 살아가려 했던 가장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충격적인 사실들이 연달아 밝혀지고 있으니 사회적 배신과 충격은 그 자체로 뉴스거리 삼기 쉽다. 이 씨가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을 이용했던 이면의 진실이 있다면 적극적인 추적과 검증이 필요한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 씨와 가족에 대한 언론보도가 시청자나 독자들의 판단에 제공될 때 충분한 공공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엽기 사건’을 예단하고 만들어가는 보도경쟁 속에서 과잉 판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없는지 염려가 있다. ‘조회 수 늘리는 뉴스’를 쓰기 위해 피의자와 그의 가족에 대해 반사회성과 비윤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행태에 언론의 경계가 느슨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김수정(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