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편집자주]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1990년 엔솔로지(아버지의 나라』 실천문학)에 통증으로 등단 이후장편소설 오래된 뿔(은행나무등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잡지사 정치 관련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고광률의 다른생각]

수사=시간, 적폐청산민생

문무일 검찰총장이 적폐청산 관련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검찰총장이 기한을 두고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법률상식을 다시 공부해야 할 것같다. 중이 제 머리 깎기 어렵듯이, 적폐의 당사자이자 수혜자인 검찰이 그걸 청산 하는 게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내 몸이 똥이 묻었는데, 그 똥을 닦아낸 바 없는데, 어찌 겨 묻은 자들을 가려내 잡아들일 수 있겠는가.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한 검찰들은 자기들끼리 밥 먹으며 돈까지 주고받아 단죄 받지 않았는가.

이제 자기들끼리 계산하고 손볼 것 다 봤고, 정권은 바뀌었으나 검찰은 여전히 무섭다는 것도 충분히 일깨워주었으니, 검찰 입장에서는 이쯤에서 그만 두고 싶을 것이다. 더 나아가봐야 시달리기만 할뿐이 아닌가. 하지만 적폐청산은 검찰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촛불이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결코 내키지 않겠지만, 그만 둘 수 없는 책무이자 사명이다. 아직 해결 되지 않은 적폐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망나니가 아니다

하나마나 한 말이지만, 범죄혐의가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검찰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검찰총장이 무엇이건대 사회악의 심판 문제를 종결한다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적폐청산에 대한 당위성이나 정당성도 의심하는 자가 아닌가 싶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눈감아주거나 뭉개다가 정권이 바뀌어 하라고 하자 겨우겨우 시늉만 내다가 할 만큼 했고 피곤하니 이제 그만하자는 얘긴가. 과거 정권에서는 명령을 받으면 없는 것도 만들어 죄를 조작한 검찰이 아닌가(잘 돌아보라 어디 한두 건인가. 그래서 시인하고 사과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때는 전혀 피곤하지 않고 활기가 넘쳤는데, 뒷방에 처박아두었던 곰팡이 슨 정의를 꺼내 새삼 들여다보려니 피곤하단 말인가. 하기야 적폐청산 수사가 검찰에게 어떤 득이 되겠는가. 정치는 생물이고, 정권은 또 언젠가는 바뀔 것인데, 앞날의 부귀영달을 정의나부랭이 구현하려고 설쳐대다가 망쳐버리면 천추의 한이 되지 않겠는가. 적폐청산 수사를 망나니 칼춤이라고 규정한 홍준표의 경고를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법은 부귀영달의 수단일 뿐

돈과 권력이 이 시대 대한민국의 영원한 ‘정의’일진대, 그동안 어찌어찌 떠밀려 적폐청산을 하다 보니, 진짜 정의가 있는 줄로 그만 착각하고 만 것이다.

보부 당당한 우병우를 보라.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정확히 알면서 무슨 짓을 했고, 또 ‘무슨 짓’ 가운데 위법 불법 탈법의 여지가 있어 장차 문제가 될 것 같다 싶은 것들은 철저히 은폐·왜곡·조작·인멸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아직껏 구속조차 못하고 있단 말인가.

우병우는 자신이 저지른 그 무슨 짓을 정당화할 법적 논리 또한 현란할 것이다. 그러니 검찰에 불려가 자신을 조사하는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한소리’ 들려준 것이 아닐까. 그리고 검사들은 이 한소리에 그만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아, 우리들은 그동안 무슨 짓을 한 것이지. 왜 법에 따라 수사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연구하지 않았단 말인가. 이 선배님이야말로 불세출의 코페르니쿠스가 아닌가. 이제 이 분을 형님으로 모시고 새로운 미래형 정치 검찰로 거듭나는 가르침을 받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우병우의 부활을 바라는가

이렇듯 법의 허점을 마스터한 우병우는 아마도 부활할 것이다. 만약 적폐청산이 흐지부지 되고 우병우가 화려한 부활을 한다면, 그 혁혁한 조력자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둘은 어떤 관계로 맺어질까 자못 기대된다.

국민은 정권을 믿으면 안 된다. 정권에게 촛불을 넘겨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직 스스로 깨어 움직이며 정의를 믿어야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선악이 뒤범벅이 된 채 나뒹구는 정치세력들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제 문무일 검찰총장의 속내를 알았으니, 그 촛불을 그만 끄자는 잔존 또는 잠재 적폐세력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액스맨이자, 적폐옹호세력들의 영웅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