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시교육청에서 시내 한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대전시교육청, 관내 고교 특별감사

성적 최상위 학생에게 상 몰아주기...대부분 사실로 확인

1월 27일 KBS 2TV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시청률은 38.8%였다. 사람들은 “막장도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고 욕하면서도 출생의 비밀을 넘어선, 재벌가의 속살 들여다보기와 선남선녀들의 자존심 로맨스에 묘한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아무튼, 재벌가의 권력 대물림과 갑질 행태는 시청자들에게 이따금씩 소름을 돋게 만들지언정, ‘남 얘기 훔쳐보기’ 재미 면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최근 대전시교육청에서 시내 한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이 학교 A교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성적 최상위 학생들 10여 명에게 동아리 발표대회 상을 몰아주었다는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감사 결과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고,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법인에 해당교사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학교장도 경고 처분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 교육계 비리라고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황금빛 내 인생’ 드라마 속 진실이 어쩌면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진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대전의 동•서 지역 교육격차, 그리고 계층 간 교육양극화 문제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돼버렸으므로, 솔직히 툭 까놓고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다. 

잘 알다시피, 대전의 빅3 중학교는 문정, 탄방, 삼천이다. 여기 다니는 학생들이 모두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평균 성적은 동부 지역 학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빅3 중학교 졸업생들 중 성적이 뛰어난 일부가 동구, 중구, 대덕구 소재 일반고로 넘어온다. 특히 사립 고등학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왜? ‘황금빛 내신’을 받아 SKY 또는 의대를 가기 위해서다. 학부모들은 해당학교에 원서를 내기 전에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낼 자신이 있느냐?”는 식으로 확답을 받고 ‘베팅’을 한다고 한다. 일명 ‘돼지엄마’라 불리는 학부모들은 자기들끼리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학교측에 압력을 행사해 학년부장을 갈아치우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는 해당학교에 수백만원대 찬조금을 건네기도 한다는 소문이 돈다. 

이번에 특별감사를 받은 사립 고등학교의 수시모집 진학실적은 눈이 부시다. 원도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많은 학생들을 SKY 또는 의대에 보냈다―물론, 모두가 빅3 중학교 출신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신이 1점 대 초반에 들어있어도 가기 힘든 의대나 SKY를 어떻게 그렇게 잘 보내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금수저 전형’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라 하더라도, 일반고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런 눈부신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감사에 적발된 ’수상 몰아주기’ 등의 불법•편법이 의심받는 이유다. 

물론, 대다수 고등학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투명한 학사운영을 할 것이다. 늘 그렇듯이,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꾸라지에게 자꾸 먹이를 주는 돈 많은 돼지엄마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결과 배를 불리는 미꾸라지들도 늘고 있다. 교육당국에서 하루빨리 ‘미꾸라지 소탕 작전’을 펼쳐야 한다. 

재벌가의 무소불위 권력에 비하면, 제 자식 명문대 보내고자 용을 쓰는 학부모의 바람을 무조건 죄악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을 넘었다. 없이 사는 것도 서러운데, 대학 진학마저도 있는 놈들이 다 해먹는다면 과연 살맛이 날까. 미꾸라지 넣은 추어탕이 간절히 생각나는 엄동설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