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익 전교조 위원장과 부위원장 및 전국시도지부장들이 지난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교육적폐 청산 총력투쟁 조합원총투표 결과 발표와 시도지부장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과급-교원평가 폐지, 법외노조 철회,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이 77% 찬성률로 가결돼 이날 부터 중앙집행위원 19명이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또한 11월 24일 연가, 조퇴투쟁을 전개한다.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디론가 막 몰려가면 왠지 거부감이 들어 ‘다른’ 길로 내닫는 못된 버릇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늦은 11월 하순에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긴 영화였지만, 작가 김훈이 벼린 문장들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재미가 쏠쏠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눈이 영 신통치 않지만, 영화 <남한산성>의 백미는 김상헌과 최명길의 마지막 독대 장면이 아닐까 한다. 명분과 실리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 최명길은 “죽음은 견딜 수 없으나 치욕은 견딜 수 있다”고 말했고, 김상헌은 “당신이 말하는 삶은 죽음의 길”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런데 이러한 모순과 대립을 통일한 것은 대장장이 서날쇠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민초 서날쇠는, 왕과 대신들이 공허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 목숨을 걸고 지원군을 요청하러 성을 나선다. 그가 남긴 명대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신들이 명을 섬기든, 청에 조공을 바치든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거둬들이고 겨울에 굶지 않는 세상을 바랄 뿐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해직 교사 아홉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행정명령)를 받은 지 만 4년의 세월이 흘렀다. 박근혜를 탄핵한 국민촛불의 힘으로 당선한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6개월이 넘도록 전교조를 다시 ‘법 안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핑계만 대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른 경로를 통한 해결도 모색하고 있다.” 등 화려한 수사(修辭)만 남발하고 있다. 결국, (고용노동부 행정명령을 취소해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무위로 돌릴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표심을 잃을까 봐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연가투쟁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1일 조창익 위원장을 포함한 중앙집행위원 25명 전원이 삭발을 했고, 청와대 앞 단식농성을 전개하였다. 포항 지진과 수능으로 1차 투쟁을 마무리한 전교조는 다시 27일부터 2차 총력투쟁을 벌인다. 다음달 15일에는 연가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위원장과 지부장단은 또 다시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들어간다.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를 사실상 ‘남한산성’에 가두고 있다. 식량과 무기가 떨어지면 알아서 항복할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명백한 오판이다. 전교조가 항복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 2013년 아니 그 이전에 이미 아홉 명의 해직교사를 내쳤을 것이다. “살고 싶으면 정권의 부당한 탄압으로 해고를 당한 동지를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아무런 ‘명분’도 없이 ‘실리’만 챙기려는 꼼수를 버리고 적폐청산에 나서야 한다.

산성에 갇힌 전교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백성들이다. 그들에게 정부가 ‘시혜’를 베풀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은 굶어 죽으라고 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척화파 김상헌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세상에서 비로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