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신정섭의 교단직설]

최근 대전 서구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 창밖으로 침을 뱉었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맞았다. 출처가 어디인지 추적한 결과 한 남학생이 한 짓으로 밝혀졌고, 담임교사는 그 아이를 호되게 꾸짖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치자. “왜 침을 뱉었냐?”고 물으니 학생이 이렇게 답했다. “침 뱉은 거 아니에요. 그냥 침이 흐른 거지.” 순간, 담임 선생님은 시쳇말로 뚜껑이 열렸다. 몇 마디 거친 욕설이 튀어나오고 머리를 쥐어박는데, 그 때 아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가관이었다. “쌤이 먼저 지랄하셨잖아요!” 

이 얘기는 며칠 전에 그 ‘지랄하신’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들은 경험담이다. 헛웃음이 나온다.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분해서 잠을 설쳤다고 했다. 아이가 반말을 안 한 게 어디냐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의자를 집어 던지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라고 농담을 던졌지만, 생각할수록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요즘 아이들은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막상 그런 일을 눈앞에서 당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온다. 

요즘 같이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교사, 공무원, 연구원은 어디 가서 힘들다는 얘기하면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단다. 왜 그런 말이 도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만 중학교에 가서 남학생들 지도해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심호흡을 해야 하고, 참을 ‘인(忍)’ 자를 연신 칠판에 쓰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 사실, 여학생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유리창이 깨지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교사가 혈압 조절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대전 관내 학교에서 해마다 수백 건의 교권침해가 발생한다. 물론, 학교현장에서 나름 중하다는 판단 하에 신고가 이루어진 건수만 헤아린 수치다. 2014년에 253건, 2015년에 300건에 이르렀다가 2016년에 151건으로 줄어드는 듯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36건을 넘어섰다. 대전시교육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교권침해 사례의 약 70% 정도가 학생에 의한 폭언, 욕설, 수업진행 방해 등이다. 또한 최근에는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음란행위 등 ‘젠더폭력’에 해당하는 교권침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하순, 서구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여교사 수업시간에 집단음란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 주었다. 가해 학생 10명에게 특별교육 처분이 내려졌다. 10월 23일 대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여럿이 해당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해, 지난주에 시교육청이 다시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사건 발생 며칠 후 대전성폭력상담소에서 가해 학생들을 격리한 채 같은 반 학생 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담조사 결과가 최근에 알려졌다. 아이들의 집단자위행위는 사실이었고, 최소한 서너 차례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8월말에는 유성구 소재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이 여교사의 치맛속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텀블러 사이트에 올렸다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결과 퇴학 처분을 받은 일도 있었다. 해당 학생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었고, 피해 여교사는 극심한 충격을 받아 현재 질병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교권침해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원들의 상담 건수가 대전이 1,601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하여 대전시교육청은 대전교육활동보호종합센터, 교원치유지원센터, 에듀-솔루션, 찾아가는 해피클래스 등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더욱 강화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에듀힐링진흥원 설립 공청회까지 열었다. 

대전시교육청이 그동안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치유․상담 노력을 많이 기울여 온 점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에듀힐링진흥원을 설립하여 전국의 상담·심리센터 등을 지원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맡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오지랖’이다. 대전의 교권이 땅에 떨어졌는데 무슨 낯으로 코칭을 한단 말인가. 행여 진흥원 설립을 통해 ‘자리’를 만들거나 내년도 교육자치 선거를 겨냥해 치적을 쌓으려는 의도라면, 당장 그만 두기를 바란다. 

참으로 답답하다. 대전시교육청은 지금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고 있다. 교권침해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 대전교육청은 경쟁과 차별을 조장하는 한 줄 세우기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나눔, 배려, 협력, 인권, 토론이 숨 쉬는 학교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혁신에 나서야 한다. 교권은 학생인권을 탄압한 결과로 얻는 전리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