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1990년 엔솔로지(아버지의 나라』 실천문학)에 통증으로 등단 이후장편소설 오래된 뿔(은행나무등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잡지사 정치 관련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가 미투운동의 가해자가 됐다. 주절주절 구차한 변명 없이 피해자에게 즉각 사과하고, 지사 직 또한 즉각 내려놓았다. 사태 파악은 확실한 사람이다. 그가 할 ‘조처’는 했으니, 이제 법적 절차만 남은 셈이다.

인간사를 지배하는 것이 돈이요, 지식이요, 권력이다. 이것은 피에르 부르디외가 한 말이고, 다들 이의 없이 받아들이는 말이다. 돈이 힘을 가진 이유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지식은 우리나라에서 그 막강한 힘을 가진 학벌로 설명되어진다. 권력은 정치권력만이 정당한 것인데, 그렇지가 않다. 돈은 자본 권력을 지식은 지식 권력(그리고 교권)을 낳는다. 어디 이뿐인가. 인기 연예인들이 행세하는 문화 권력, 글쟁이들이 행세하는 문단 권력 등등 많다.

권력은 지배/피지배(종속). 상/하 구조 속에 있다. 그리고 권력은 곧 힘이다. 물론 이 힘에는 물리적 힘도 포함된다. 권력은 엄중하고 책임이 따른다. 특히 정치 권력은 자본 권력과 지식 권력의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정당한 힘을 갖기에 더욱 그렇다. 안희정 전 지사가 자본과 지식의 힘이 아닌 정치적 권력(위상과 지위)을 이용해 성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크게 지탄받아야 할 이유이다.

크고 작은 권력을 이용해 성을 희롱하고 착취하는 일은 이번 미투운동을 계기로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투운동의 본질과 취지가 불순하게 이용당하거나 왜곡당해서는 안 된다. 미투운동은 오직 인권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권력(힘) 중심, 남성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 문제도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팩트에 대한 그릇된 해석과 의미는 본질 속에서 엄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엄중성을 벗어난다면, 미투운동은 일시적·한시적인 피해자의 ‘복수’·‘한풀이’ 정도로 폄훼되어지고, 다시 또 성적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미투운동을 두고 공작에 이용당할 가능성, ‘펜스 룰’ 현상 등이 대두되고, 정치적 해석을 하려는 움직임 등이 나타나고 있다. 아예 미투운동의 대중화 자체를 음모론으로 몰려는 세력도 있는 것 같다. 사실과 본질을 벗어나면 사회적 갈등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뿐이다. 미투운동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가치 판단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펙트 자체에 중심을 둬야 할 것이다. 이념의 시각으로, 진영의 시각으로, 복수와 증오의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성을 착취의 대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레 그 위치(권력)를 이용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일국의 지도자를 꿈꿔왔다는 사실이 끔직하다. 안희정 전 지사는 이제 밝혀진 진실을 직시하고 피해자와 그를 지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그로 인해 꿈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가 더럽힌 진실과 정의 앞에 사죄하고 속죄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