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해 5월 둔산1동사전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뒤 사전투표소 앞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고 있다.

[편집자주]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1990년 엔솔로지(아버지의 나라』 실천문학)에 통증으로 등단 이후장편소설 오래된 뿔(은행나무등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잡지사 정치 관련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중앙 지방 주종관계?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7년이 흘렀다. 여전히 모든 것이 중앙(수도) 중심으로 흘러가는 나라이기에 지방자치는 더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권력과 부와 지식(학벌)은 여전히 중앙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요지부동이다. 아니 되레 해가 가면서 중앙 권력이 더욱 강화된 면도 있다. 지방에 약간의 권력을 주고, 이 약간의 권력이나마 통제하고자 더욱 중앙 집중이 강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지방 자치에 필요한 단체장을 뽑는데, 공천을 통해 중앙 정권이 관여하고 중앙 정당이 관여한다. 아니 관여 정도가 아니라, 상명하복 구조이다. 이 공천과정에서 온갖 비위도 오간다. 2006년 지자체 선거 당시 지원유세 중에 커터칼을 맞은 한 당 대표가 수술을 마치고, “대전은요?” 라는 한마디를 했는데, 이 한마디가 선거 민심을 휘어잡아 선거판을 일거에 바꾼 사실을 돌아보라. 이 ‘혜택’을 받은 사람이 대전시장이었다. 그리고 이후 대전시장은 법에 걸려 시장 직을 잃었다.

중앙 집중을 막겠다면서 지방 분권을 하자는 것인데, 단체장 후보의 자질이나 비전을 담은 공약이 아니라, 그가 속한 정당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게 현실이다. 중앙 종속 현상은 후보도 유권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후보를 중앙이 뽑고, 중앙이 지원하여, 중앙의 힘으로 당선된 지자체장인데, 취임이후 어찌 중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지역민보다 중앙의 뜻을 우선하지 않겠는가. 이러니 지자체 선거가 장차 중앙이 필요로 하고 부릴 수 있는 졸(卒)을 뽑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돌이켜 보면 주종관계에서 종이 되고, 갑을 관계에서 을이 되는 단체장을 뽑는 것인데, 부정하고 싶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람’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서 정치적 성향 및 가치나 행정적 소신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철새와 기회주의자 들은 깐깐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지역민을 위한 정책 개발이나 행정 집행보다는 자신을 지원해준 중앙 세력의 편에 서고, 주어진 권한 행세에 ‘집중’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을 조심하자

정치와 선거는 프레임 싸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정당마다 그럴싸한 프레임을 짜서 유권자들을 현혹시킬 것이다. 그런데 잘 돌이켜 보면 이 프레임이 지방선거와는 무관한 것이 많았다. 이것도 중앙 중심이다. 중앙에 있는 우리 정당이 힘이 세니, 우리 후보를 찍어주면 그 힘을 누릴 수 있다는 식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 그러했나.

오는 6·13에도 프레임을 짤 터인데, ‘개헌/반개헌’ 또는 ‘적폐청산/보수궤멸’ 이런 식의 프레임이 움찔대고 있다. 이게 지자체 살림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역민의 생활, 복지, 환경 등을 다룰 생활밀착형 정책과 행정이 담긴 프레임이어야 하지 않은가.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모시며 눈치 보는 정치 상전들과 기득권자들을 위한 프레임이 아니라, 지역민(특히 서민)들을 위한 자치권 정립을 위한 프레임을 짜야할 것이다.

세와 바람에 휩쓸리지 말자

참으로 개탄할 현실인데, 정치는 세(勢)이고, 선거는 바람(風)이라고 한다. 즉 선거는 한방이고 한때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모 야권 정당에서는 대놓고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인데, 왜 현 정부는 그 공약을 지키려 하느냐고 난리를 치며, 또 왜 그 공약을 지켜야 하느냐고 반박하지 않는가. 선거가 한때 부는 바람이기에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라는 천인공노할 헛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 정계의 눈치나 보고, 조아리고, 충성을 맹세하고, 돈 보따리를 믿는 후보자들을 걸러내야 한다. 세(勢)가 촛불을 가리고, 바람이 촛불을 끄는 6·13 지방선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민(서민)을 위하는, 지역민에게 득이 되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중앙은 국민을, 지방은 지역민을 수단으로 하여 권력을 잡은 정치인과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권한만 행세하고 각자의 배만 불리는 데 힘쓰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현실은 유권자들의 선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유권자의 이기심만이 지방자치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