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중 하나로 신문 읽기 실천하는 조용국씨

       사진.gif

 대학 조교 시절 학문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신문 스크랩을 시작했다는 조용국씨. 뒤쪽에 보이는 것이 스크랩 북이다.

 

“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자기 전공은 잘 알지만 다른 분야에는 약합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신문 스크랩을 시작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서 폭넓은 지식이 저의 경쟁력이라 생각했습니다.”

1967년 동국대에서 조교를 하면서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시작한 신문 스크랩이 이제는 일과가 되어버린 조용국씨(70). 그는 “신문을 통해 얻은 정보가 박사 학위 두 개를 딴 것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자신이 갖고 있는 경제학과 정치학 박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보다 신문을 정독하고 스크랩으로 정리하면서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전시 동구 중동 중앙시장 먹자골목 건물 3층에서 만난 조씨는 원주대 경제학과에서 전임 강사를 시작으로 한남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제는 강단에 서는 일보다 국내외 정세에 관심을 가지면서 현실 문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스크랩은 9,000개 정도 했습니다. 그건 유명인사 9천명과 대화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가를 잘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상대의 의도를 쉽게 알게 되는 훈련이 되었다는 얘기죠. 그게 스크랩의 장점입니다.”

조씨가 만들어 가고 있는 ‘정보상자’, 즉 스크랩에는 그 때 그 때 생각을 빼곡히 적혀 있다. 예를 들면 ‘세계 석유 보유현황’ 이라든가 ‘각국의 GDP', '보시’, ‘스팸 메일’ 등등...

“칼럼을 보면 책 한권을 읽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잘 요약된 글은 저에게 기쁨을 줍니다. 때로는 좋은 글을 오려서 붙일 때는 뿌듯한 마음까지 듭니다. 지금은 이 정보가 제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조씨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국제 정세와 관련,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당한 건 바로 ‘국제 정세’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한반도에는 5천년 역사상 가장 좋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고 있어 중국의 지도자와 미국, 일본의 정세를 면밀하게 잘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정치와 경제는 같이 붙어 다닙니다. 정보가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그러자면 많은 지식인들이 신문을 잘 읽고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는 젊은 층에게는 필수적인 문화로 정착한 인터넷은 사상과 철학이 없는 도구라는 말과 함께 얕은 깊이를 우려했다. 그래서 신문과 책을 젊은 층이 가까이해야 할 당위성이 커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문을 읽고 책을 봐야 사상과 철학이 생깁니다. 멋있는 지식인이 되려면 당연히 활자 매체에 익숙해야 하죠. 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 속에서 자라나 생각의 깊이가 너무 얕습니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공부를 위해 모든 걸 희생, 부모에게는 불효자, 자식에게는 못난 부모가 되었다는 그는 연변대에서 신입생들에게 맨 먼저 강조했던 강의 내용을 소개했다

 

“오늘 이 책상에 앉기까지 누군가는 희생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부모님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게 결국 효도하는 길입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결혼도 48살에 했고 아버지께 장남으로서 손자도 한번 안겨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니고... 그저 공부가 좋아 모든 걸 바쳤는데 나 같은 죄인이 되지 말길 바랍니다.”

 

사진2.gif  다시 신문 스크랩 얘기로 돌아왔다. 보수와 진보 신문을 거의 같은 비율로 매일 한 두시간 씩 정리를 한다. 스스로 생각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의 신문읽기 세미나에 참석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보수와 진보의 사설을 함께 나눠주고 생각을 말하라는 쪽으로 학습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창의력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래된 그의 컴퓨터는 역시 신문 읽기에 활용된다. 아침에 신문을 검색한 후 필요한 내용은 반드시 종이신문을 구입해서 가위질을 해야 즐거움을 느낀다. 그게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제가 죽을 때까지는 신문 읽기와 스크랩을계속 할 것입니다. 지금 MB 정부는 공기업 문제를 맨 먼저 해결하고 청년 실업을 해소해야 합니다. 통일 문제는 유연한 자세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죠. 철학과 사상이 국민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해야 합니다.”

화제가 정치, 경제 쪽으로 나가자 거침없는 말들이 나왔다. 때로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가끔씩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말들을 대화로 올렸다. 그는 수북히 쌓인 신문 기사와 서재 한 켠을 장식하고 있는 스크랩 북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늘어날 때 마다 기쁨도 커지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연락처) 017-470-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