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특별모니터 언론중재법


언론보도 피해에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여야 합의에 의해 8인 협의체를 구성하여 9월 26일까지 논의하게 됩니다.. 언론자유와 인격권이라는 중요한 기본권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법적 제한이 적절할지 건강한 논쟁은 필요합니다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는 언론중재법안에 대해 여야와 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 중 검증이 필요한 부분을 모았습니다.

 

Q. 징벌적 손해배상(배액배상) 소송에서 언론사가 모든 것을 입증해야 하나요?


오해가 많이 되는 부분인데요결론부터 말하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는 기본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합니다. 8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기준으로 보면해당 보도가 허위조작보도(위법행위)에 해당되는지고의 또는 중과실이 존재하는지손해(재산상의 손해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가 있는 지 여부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이번 개정안은 법원에서 세 가지 요건을 들어 그에 해당하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음을 추정하게 되고언론사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겠지요그 세 가지 요건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을 말한다)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세 가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 고의 및 중과실 여부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합니다이번 개정안에서 언론사가 입증책임을 지게 되는 부분은 세 가지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에 관련된 부분만 해당됩니다.

 

Q. 개정안으로 언론보도가 쉽게 허위조작보도로 판정될 수 있나요?


해당 보도가 허위조작보도인지는 현행법과 개정안’ 모두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합니다피해자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특정됐는지보도의 내용이 사실인지 의견인지사실이라면 허위인지 아닌지또 조작됐다고 볼 정도로 의도적인지 여부를 입증해야 합니다조작 여부의 입증은 기사의 생산과정에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 피해자는 쉽지 않습니다언론보도 피해자가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이 있습니다.

허들을 모두 넘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가 보도의 공익성과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걸 증명(법에서는 위법성 조각사유라고 합니다)하면허위보도임을 피해자가 증명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의 책임이 없어지게 됩니다일반 시민이 잘못된 보도로 큰 피해를 입어도 소송에서 이기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죠대다수 언론보도에는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고이 중 무엇이 사실인지 파악해서 무엇이 허위인지 증명하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대부분 기사는 공익적이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쓰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받기도 쉽지요.

 

Q. 고의·중과실의 입증책임은 언론사가 지게 되나요?


개정안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허위조작보도인 것을 입증하고 언론사가 그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저질렀다면 피해자가 입증한 기본 손해의 5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개정안의 예시 조항으로 그 중 하나만 피해자가 입증해도 중과실이 증명돼 입증책임이 일부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여전히 허위조작보도 해당 여부와 세 가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은 모두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입증책임이 언론사에게 전면 전환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는 장치로 여전히 위법성 조각사유는 남아 있습니다언론중재법 제5조 제2항을 보면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언론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 언론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Q.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요?


개정안은 비슷한 규정을 둔 다른 배액배상제 법률과 달리 고의 또는 중과실에 대한 전면적인 입증책임 전환을 규정하지 않는 대신세 가지 경우에 한정하여 입증책임을 전환하도록 규정했습니다보도의 내용이 허위조작이고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하는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언론사는 스스로 허위조작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정당한 다른 사정을 밝히지 못할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게 한 것이죠.

문제는예시 규정이 사실 불필요하다는 점입니다국회 입법의 여러 단계를 거칠 때마다 수정되어서 불필요한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또한 세 가지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사항도 적절하지 않습니다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는 고의 또는 중과실을 구체화한 요건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두 가지 사항은 문제가 심각합니다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는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이를 고의 또는 중과실 요건으로 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제목과 시각자료가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을 왜곡하는지 여부가 하는 것이 고의 또는 중과실 요건이 될 수 있는 지도 의문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허위조작보도가 입증된 보도의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 요건은 언론사로 입증책임을 전환하거나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덜어주고 현재 적절하지 않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전면수정 또는 삭제하자는 의견입니다.

 

Q. 반복 또는 연속 보도를 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배액배상)을 당하게 된다?


개정안의 중과실 추정 요건 중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를 두고 나오는 우려인데요일부에서는 이 조항 때문에 같은 보도를 여러 번 하기만 해도 중과실에 해당될 것이라며 탐사보도나 대형 비리에 관한 연속 보도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빼먹은 것이 있는데 어떤 보도라고 할지라도 배액배상’ 대상이 적용되려면 기사의 내용이 허위조작되어야 합니다허위보도를 한번 보도한 것과 계속적으로 한 경우의 무게는 아무래도 같을 수는 없겠지만, ‘허위조작이 아닌 기사를 반복 또는 연속으로 보도한다고 하여 배액배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Q. 공직자를 배제한 조항의 진짜 문제는?


개정안의 공직자 악용 방지’ 조항은 당초 고의·중과실에 악의라는 요건을 더해 적용 범위를 좁혔지만악의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공직자는 배액배상 청구 대상에서 빼는 방식으로 개선됐습니다여기에는 크게 공직자가 퇴직 또는 후보 사퇴 후 소송을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공직자의 가족과 친척들이 우회적으로 소송을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두 가지 비판이 나옵니다실제로개정안은 공직자가 퇴직 후 배액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 수정이 필요합니다하지만 전직 공직자공직자의 가족은 사안에 따라 공인일 수도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전직 공직자공직자의 가족까지 소송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Q. 손쉽게 열람차단 청구하는 것은 검열인가요?


이번 개정안에서 도입되는 열람차단청구권도 피해 주장만으로도 기사를 삭제할 수 있게 한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그렇지 않습니다열람차단은 피해자의 청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열람차단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언론중재위원회 각 중재부의 심리를 통해 확인하고 언론사와 합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심리 과정에서 언론사는 피해자의 주장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열람차단은 지금도 언론조정중재 단계에서 사실상 이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피해구제수단으로서 기사삭제 및 열람차단에 관한 연구’(2021, 박아란김현석)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기사 열람·검색차단으로 구제된 경우는 전체의 32.5%를 차지했습니다주로 정정보도 조치에 이어 언론사와 합의를 거쳐 열람차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실무적으로 정착된 관행입니다인터넷상 잘못된 보도에 대한 열람차단 조치는 실무적으로는 계속되겠지만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입법화하려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