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언론 퇴출, 당사자가 공정하게 할까


유관단체들 참가 여부 못 정해


언론사 생존 좌우할 영향력 탓

일부 일간지조차 '어뷰징' 남발

공공가치 고민하는 시민 참여를

이용자 중심 새틀 짜자 목소리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두 포털업체가 자신들의 뉴스·검색 제휴 언론사의 자격을 언론계에서 직접 판단하는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원회)를 제안한 것이 언론계 안팎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 유관 단체들이 여전히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가운데, 두 포털의 제안이 이해관계자 당사자인 언론사들에게 스스로의 개혁을 요구하는 모양새여서 애초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0615213019427.jpeg



네이버·다음카카오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평가위원회를 제안하면서, 우선 언론 유관단체들과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평가위원회의 주요 목적은 '유사언론'(악성기사를 작성한 뒤 기업들에게 광고비를 요구하는 언론)과 '어뷰징'(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동일 콘텐츠를 반복 전송하는 행태) 근절이다.

현재까지 준비위 참여를 제안 받은 것으로 확인된 단체들은 한국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5개다. 그러나 발표 당일 지지 태도를 밝힌 인신협을 제외한 다른 단체들은 3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참여 여부에 뚜렷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문협회는 "아직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온신협은 "신문협회 입장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온신협은 신문협회 회원사들의 닷컴사(인터넷자회사)들이 회원이다. 준정부기관인 언론재단은 "입장을 정하기 이전에, 두 포털업체 쪽에 준비위원회의 성격 등에 대해 사전 설명 등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언론학회는 "아직 학회 차원에서 정리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단체들이 섣불리 참여 여부를 밝히지 못하는 것은, 평가위원회의 영향력이 개별 언론사들의 생존 기반을 좌우할 정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언론 생태계에서는 두 포털의 뉴스·검색 서비스에 '입점'을 할 수 있으냐 없느냐가 수익을 낼 수 있으냐 없느냐로 직결된다.

현재 뉴스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신문협회는 일부 인터넷 매체들의 '유사언론' 행태를 비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온신협은 사실상 신문협회와 행보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유사언론' 문제의 주요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광고주협회 역시 지난 10일 포털업체들에게 "평가위원회 구성에 앞서 '사이비 언론'을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며 이런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주요 인터넷 매체들을 회원사로 지닌 인신협은 이번 기회를 통해 온라인 뉴스 유통 시장에서 협회 차원의 발언권을 키우는 데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신생·소규모 인터넷 매체들에 대해선 배타적 태도를 취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현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한 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유사언론과 어뷰징을 막자는 것이 평가위원회의 주된 명분인데, 현재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거나, 협찬을 앞세워 광고를 유치하는 등의 행태로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관계자는 "평가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뉴스시장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지닐 수 있고, 현재까지 논의 과정을 볼 때 공정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내부 의견"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가위원회에 뉴스의 공공적 가치를 고민하는 시민사회의 여러 주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도 지난 1일 낸 성명에서 "뉴스 이용자 단체와 공신력 있는 언론시민단체, 언론인권단체, 현업언론기자단체(한국기자협회·한국피디연합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을 (평가위원회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평가위원회 제안에 청와대·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뒤 "이용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쪽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