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서강대에서 문화연대 등의 주최로 ‘피키캐스트와 뉴스큐레이션’ 포럼이 열렸다



온라인에서 뉴스 콘텐츠를 선별·재배치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뉴스 큐레이션. 개인 맞춤형 기사 서비스로 10~30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수집해 이용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강대 가브리엘관에서 열린 문화연대와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서강대 문화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피키캐스트와 뉴스큐레이션’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피키캐스트 등 뉴스큐레이션 매체가 디지털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했다.


2013년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린 피키캐스트는 모바일 앱 출시 1년 만인 2014년 1월 누적 다운로드 600만 건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앱 방문자수 120만명. 10~30대의 피키캐스트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20분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인간이 갖고 있는 복제문화가 디지털공간에서 큐레이션으로 극화돼 나타난 것”이라며 “다만 피키캐스트는 무단복제와 무단전유를 통해 기업 수익을 내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뉴스 큐레이션은 향후 기존 미디어를 뛰어넘어 중심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저널리즘 원칙의 부재와 퇴행적 뉴스콘텐츠로 언론 생태계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용진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성규 블로터미디어랩 랩장은 “피키캐스트는 복제문화의 풍성한 토대 위에 서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또 다른 복제를 허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는다”며 “(복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면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오픈소스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도 뉴스 큐레이팅 업체들의 부정적인 면을 피력했다. 그는 “피키캐스트나 인사이트는 만든 이의 땀·기쁨·슬픔이 담겨 있는 콘텐츠를 훔쳐 오면서 저작권, 인격권 자체를 말살한다”며 “시장에서 승리했고 ‘쿨하다’는 이유만으로 용인해야 하나. 법 이전에 상식적으로 공정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광석 교수는 “도둑질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면 큐레이션의 가치가 죽을 수 있다”며 “매스미디어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넘어 피키캐스트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 쇼핑몰이 주요한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과거에는 매스미디어가 뉴스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큐레이션을 통해 소수의 관심사도 뉴스가 되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창작뿐 아니라 기존의 콘텐츠를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기존 언론의 대응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피키캐스트가 저널리즘과 경쟁하는 미디어는 아니라고 본다”며 “트래픽이 많다고 해서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의제는 만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규 랩장은 “큐레이팅 업체가 성장을 거듭하며 탐사보도 등 저널리즘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언론은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