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뉴스사용료 부과 시도,

저널리즘 황폐화 부추길 수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정책리포트>에서 호주·프랑스 사례 통해 밝혀

 

- 최근 국내외 디지털 플랫폼 뉴스사용료 부과논란 관련, ‘디지털 플랫폼 뉴스사용료 둘러싼 규제쟁점과 현황II’ 보고서 발간

- 호주·프랑스 언론사들, 디지털 플랫폼과 뉴스사용료 협상 돌입

-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사용료 부과가 미디어 다양성 훼손과 거대 플랫폼에 더욱 종속되는 효과 낳게 될 것이란 전망 존재

- 거대 플랫폼 수익의 공정한 분배 시스템 마련 뉴스콘텐츠의 퀄리티 개선 언론의 독립성·정보 다원주의 보호 조치가 함께 고려되어야

 

<보고서 요약>

 

전 세계적으로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라 불리는 디지털 거대 플랫폼의 온라인 광고 시장 잠식으로 인해 언론사들의 수익 구조가 무너지면서, 오래전부터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시도가 있어왔음.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를 서비스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얻는 반면, 언론은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않아 심각한 재정적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임.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극도로 우세하고 비경쟁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GAFA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려는 미디어의 노력을 번번이 무력화시켜왔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언론의 재정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사용료 부과를 시도하는 국가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음. 프랑스와 호주, 캐나다가 대표적인 사례임. 프랑스는 201910, 유럽국가 중 최초로 EU 저작권지침을 국내법에 적용해 뉴스에 대한 저작인접권법을 신설했고, 호주는 20212월 의회에서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통과시킴. 또한 캐나다에서는 최근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임. 이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거대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사용료 지불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함. 아울러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채택된 이후, 뉴질랜드, 인도 및 유럽 각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

 

이처럼 프랑스와 호주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사용료 지불은 더 많은 국가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큼. 물론 이것이 뉴스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임. 이러한 뉴스사용료 부과가 거대 플랫폼에 더욱 종속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존재하기 때문임. 그럼에도 호주와 프랑스의 시도는 디지털 거대 플랫폼과 언론사 사이의 불균형적인 역학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시도일 뿐 아니라, 뉴스의 가치를 디지털 플랫폼이 인정한 결과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음. 아울러 이 두 나라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뉴스사용료 협상 과정은 각국의 GAFA 규제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음.

 

 

프랑스, 뉴스 저작인접권법 신설 이후 뉴스사용료 협상 현황

 

20197,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 최초로 뉴스통신사 및 언론출판사를 위한 저작인접권 신설을 위한 2019724일 법(이하, 저작인접권법)’을 신설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부과함. 그러나 저작인접권법 시행일인 20191024일부터는 프랑스 사용자에 한 해 검색엔진과 구글 뉴스에서 썸네일과 기사의 앞 문장 일부가 함께 노출되는 방식을 버리고, 언론사가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한 기사 제목과 링크만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구글은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함. 이로 인해 프랑스 언론사에 대한 구글의 뉴스사용료 지불은 불가능해 보였음.

 

구글이 뉴스사용료 지불에 거부 의사를 보이자 프랑스 언론사들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도록 프랑스 경쟁위원회에 가보전조치를 신청함. 이에 20204, 경쟁위원회는 구글의 행위를 지배적인 지위 남용으로 간주, 구글에 프랑스 미디어 업계의 뉴스콘텐츠 재사용 및 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협상에 임할 것과 3개월 이내 협상을 마무리하고 언론사에 대한 보상 계획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요구함. 구글은 이에 항소했으나 202010, 프랑스 법원이 자국 언론사에 호의적인 판결을 내리자 태도를 바꿈.

 

거대 플랫폼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300개의 프랑스 언론사들이 참여하는 단체인 APIG(종합신문사연합)2021121일 유럽 최초로 구글과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불에 관한 기본 협약에 합의함. 기본 협약에서 구글은 언론사 콘텐츠를 재사용하기 위한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급 등 세부 기준을 설정함. APIG에 따르면, 뉴스사용료는 월간 디지털 오디언스 규모(방문자수, 클릭수 등), 일일 기사 발행량, 정치 및 일반 정보에 대한 기여(독점 기사, 특화 콘텐츠 등) 등을 기준으로 언론사마다 개별적으로 산정됨.

 

APIG와 구글이 협상한 금액은 7,600만 달러(862억 원)에 이르며 구글과 계약한 121개의 편집국에 3년 동안 매년 2,200만 달러(250억 원)가 지급될 예정임. 여기에 고품질뉴스앱인 뉴스쇼케이스에 기사(때때로 유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1,000만 달러(113억 원)가 추가됨. 구글과 APIG는 언론사에 따라 사용료에 차이를 둬 배분하고 있음. 예컨대, <르몽드>는 연간 130만 달러(15억 원)이 책정됐지만, 독자규모가 적은 <라 브와 드라 오뜨-마른느>는 연간 13731달러(1520만 원)에 그침. 이외에도 주요 일간지인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은 지난해 11월 구글과 개별적 계약을 통해 뉴스쇼케이스를 위한 구독 기반 판매에 대한 보상으로 연 300만 유로를 받을 것으로 알려짐.

 

아직 뉴스사용료 협상은 끝나지 않은 상황임. 20212월 말 현재 AFP와 협상 중이며 다른 언론단체들과의 협상도 이어질 것으로 보임. 그러나 APIG 이외의 다른 단체에 소속된 언론사들과의 계약 여부는 아직 미지수임. 구글이 정치 및 종합정보를 제공하는 신문사 외의 전문 언론이나 엔터테인먼트 전문 언론사와는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임. 이로 인해 SEPM(프랑스 매거진 발행자 노조)은 경쟁당국에 불만을 제기함. 이들은 모든 종류의 뉴스 콘텐츠에 구글이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음.

 

뉴스통신사와 주요 언론사의 관계자들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뉴스사용료 부과 시도가 언론의 재정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가 되어줄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다양한 비판도 존재함. 이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음. 먼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플랫폼들이 뉴스 저작인접권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주요 언론사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소규모 언론사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큼. 이는 필연적으로 경쟁의 왜곡과 미디어 다양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큼. 또한, 구글은 투명하고 공정하게뉴스 사용료를 산출하겠다 약속했으나, 현재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음. 이러한 불투명한 산출방식으로 구글이 뉴스사용료 지불 대상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마지막으로 거대 플랫폼과의 뉴스사용료 협상이 새로운 자금을 통해 양질의 저널리즘을 강화할 것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함. 뉴스사용료의 산정 기준의 하나가 기사 발행량이기에 언론사들이 기사 발행수 늘리기 경쟁에 동참할 수 있고,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은 광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언론사들의 클릭 경쟁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큼.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 채택과 현황

 

호주는 지난 해 7뉴스미디어 협상법(News Media Bargaining Code)’ 초안을 발표함. 그러나 구글과 페이스북은 뉴스미디어 협상법 초안이 통과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서 수정을 요구함.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 구글은 법이 발효되면 호주에서 검색엔진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고,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호주 뉴스 기사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차단함. 페이스북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닉 클레그(Nick Clegg)는 페이스북과 뉴스 게시자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존재한다면서 공유되는 뉴스 콘텐츠를 통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은 매우 미미하다고 반박함. 그에 따르면 뉴스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거나 다른 사람이 공유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페이스북이 아니라 언론사. 또한 페이스북에서는 공유되는 링크를 클릭하면 게시자 사이트로 이동함.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호주 뉴스 산업에 약 47백만 호주 달러(4,605억 원)의 가치를 부여했다고 주장함.

 

구글과 페이스북이 이미 일부 언론사와 뉴스사용료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이 법안의 통과에 있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다른 국가들을 의식해서임. 캐나다나 유럽국가들이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호주에서의 선례가 향후 이 두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마주해야 할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상 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임

 

하여 두 거대 플랫폼은 법안을 우회할 방안을 모색함.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법안의 규정 중 하나인 강제 중재 절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함. 구글과 페이스북은 더욱 강압적인 상황에 봉착하지 않기 위해 호주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물밑 작업에 나섬. 며칠간의 협상 끝에 페이스북과 호주 정부는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합의에 도달함. 페이스북은 기사 공유를 재활성화하는 데 동의했고, 그 대가로 호주 정부는 페이스북이 "뉴스 미디어 회사와 상업적 계약 체결을 통해 호주 뉴스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정부를 설득한다면 강제 중재 절차를 철회할 수 있도록 허용함. 그리하여 난항을 겪어왔던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지난 224일 마침내 호주 의회에서 통과됨.

 

뉴스미디어 협상법 초안의 내용은 상당히 공격적이었음. 기술 대기업이 뉴스 사이트와 협상하도록 명령할 뿐만 아니라 각 당사자(호주 언론사 및 거대 플랫폼)가 사용료를 제시하면, 독립적인 중재자가 나서서 보다 합리적인 제안을 결정하는 중재 절차가 필수였음. 이를 통해 뉴스 사이트의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주된 목적이었음.

 

언론사는 ACMA(호주 통신미디어청)을 통해 자사 뉴스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위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함. 이를 위해 언론사들은 ACMA의 수익, 전문 표준, 오디언스 심사를 통과해야 함. 이후 언론사들은 디지털 플랫폼과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책정하게 되어 있음.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언론사는 뉴스 비즈니스로 등록할 수 없음. ‘뉴스 비즈니스로 등록한 언론사는 이용료 지불을 요구할 뉴스 소스(신문, 매거진,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 혹은 채널, 웹사이트 등을 의미)를 지정해야 함. ACMA의 심사를 거친 뉴스 소스에는 코드에 따라 최소한의 표준이 적용됨. 코드가 부여된 뉴스 소스를 통해 생산되는 뉴스콘텐츠에 대해 해당 언론사는 구글, 페이스북과 사용료 협상을 할 수 있음.

 

또한 뉴스사용료 지불을 요구할 뉴스콘텐츠를 중요한 뉴스(Core News)”로 국한하고 있음. 호주인을 공개 토론에 참여시키고 민주적 의사 결정을 알리는 저널리즘, 공동체 및 지역사회의 이벤트와 관련된 보도를 "중요한 뉴스"로 정의함. 아울러 언론위원회 또는 독립 미디어위원회에서 설정한 보도 준칙, 혹은 언론사 내부의 보도 준칙 등 저널리즘 보도 규칙을 준수한 보도여야 함.

 

만약 법안 통과 3개월 내 콘텐츠 사용료에 관한 당사자 간 협상이 원활한 협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호주 뉴스 미디어 산업에서 활용되는 최저 산업 표준에 따라 강제조정 절차를 밟아야 함. 디지털 플랫폼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건당 최대 1,000만 호주 달러(85억 원) 혹은 관련 뉴스 기업의 총매출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 규정하고 있음. 아울러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등록된 뉴스 사업자들에게 알고리즘 변경 사항을 사전에 고지하고, 사용자 데이터의 수집 및 가용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를 표시할 방안을 개발하고, 뉴스 콘텐츠의 표출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경 사항에 대한 사전 알림을 제공하는 등 최소한의 표준을 준수해야 함.

 

페이스북과의 협상을 통해 호주 정부는 초안에 비해 훨씬 완화된 수정안을 제시함. 첫째, ‘중재조항을 완화함. 최종 수정된 조항은 언론사와 디지털플랫폼 사업자가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두 당사자들은 각자의 제안서를 독립 중재 기관에 제출할 수 있으며, 독립 중재 기관이 합의를 위한 하나의 제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 이 추가된 중재기간은 2개월로 규정하고 있음. 둘째, 수정안은 강제 조항을 적용하기 이전에 해당 디지털플랫폼사가 언론사와 이미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과 관련된 합의를 이뤘는지를 고려해야 함을 의무로 정하고 있음. 이와 더불어 정부는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적용하기 한 달 전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통보해야 함. 이처럼 수정된 법안은 중재 절차 전에 디지털 플랫폼이 자발적인 계약을 체결하도록 이전보다 훨씬 긴 협상 기간을 제공하고 있음. 셋째, 초안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콘텐츠에 대한 차별적 거래 금지 조항을 어길시 천만 달러(한화 약 87)의 벌금을 부과했음. 수정안에서는 이러한 벌금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함.

 

이러한 변화는 페이스북과 구글에게 전술적 이득임. 구글과 페이스북이 어떤 상업적 거래를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임. 이들은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우회하는 방안을 이미 시도하고 있음. 언론사가 뉴스쇼케이스나 페이스북 뉴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게 될 경우, 뉴스미디어 협상법 나머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임. 구글의 첫 시도는 2020년 말 출시된 뉴스쇼케이스를 위해 거대 미디어 그룹인 <나인> <세븐웨스트미디어>와 연간 3천만 호주 달러(257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임. 또한, 페이스북 역시 앞으로 출시될 뉴스앱인 페이스북 뉴스를 위해 <나인엔터테인먼트>, <뉴스코퍼레이션그룹>과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협상을 이미 체결함.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의 전망

 

호주 정부는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뉴스 미디어가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호주에서 공익 저널리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음. 호주 법이 마침내 통과되었다고 해도 디지털 플랫폼의 뉴스사용료가 저널리즘을 지원하고 호주 언론을 구하는 데 충분하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임. 무엇보다 강제 중재 절차가 사라짐으로 인해 구글과 페이스북은 호주 언론사들과 뉴스사용료 계약을 체결할 경우, 뉴스미디어 협상법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음. 또한 정부가 정한 기준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이들에게 1개월 고지 기간이 주어짐으로써 플랫폼들이 뉴스를 제공할 방법을 재고할 시간을 갖게 됨.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기술 대기업들이 고품질 저널리즘이 아닌 단지 호주 정부를 만족시킬만한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음.

 

뉴욕타임즈 역시 이 수정안이 대규모 뉴스 그룹과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플랫폼이 소규모 뉴스 조직에 지불하는 것을 피하고, 플랫폼의 의무를 회피할 수 있도록 수정되었기 때문에 법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함. 아울러 페이스북은 수정안을 통해 강제 중재를 피할 수 있게 됨으로써 뉴스 차단 권리를 확보함. 이로 인해 <데일리 메일>CEO인 로더미어(Lord Rothermere)"페이스북이 이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함. 또한 뉴스사용료가 반드시 고급 저널리즘에 사용될 것이라는 보장도, 모든 언론사에 지급될 가능성도 없음. 지역 언론의 경우, 몇몇 신문사가 사라질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음.

 

이로 인해 명확하지 않은 근거와 기준들로 뉴스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하는 것보다는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의 수익 창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용자 데이터가 제삼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한 부분들을 규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는 주장도 있음. 아울러 퀸즈랜드 대학 경제학 교수인 존 퀘이긴(John Quiggin)은 오늘날 광고 수익은 거대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기에 광고세 등을 통해 뉴스미디어를 위한 공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을 제안함

 

호주의 뉴스협상법이 채택됨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호주와 유사한 시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됨. 뉴질랜드와 영국, 캐나다 역시 뉴스사용료 부과 방안을 마련 중임. 캐나다 언론사들은 공적 보조금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언론의 생존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호주의 사례를 따르도록 정부에 입법을 촉구하고 있음. 이에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는 "온라인 피해를 해결하고 웹 거인의 수익이 창작자 및 미디어와 보다 공정하게 공유되도록 하기 위해 작업할 것"이라 밝힘.

 

최근 캐나다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에 뉴스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됨. 캐나다 상원의원 클로드 카리냥(Claude Carignan)은 지난 217,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 콘텐츠 사용료를 부과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출함.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반응은 다소 심드렁함. NMC(뉴스미디어캐나다)는 이 법안이 불공정한 시장의 개선이 아닌 저작권 개정안이라는 점을 지적함. 호주와 같은 공공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접근 방식이 더욱 광범위한 콘텐츠가 지불 대상이 될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임. 또한 합의가 결렬됐을 때 저작권위원회에 항소하는 방식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존재함.

 

유럽연합의 회원국은 20216월까지 EU 저작권지침을 국내법에 도입해야 함. EU 저작권 지침은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과 접근 방식이 상이함. 저작권 지침은 원칙적으로 각 국가의 상황에 맞게 플랫폼을 규제하도록 하고 있음. 예를 들어, 구글과 페이스북은 호주 언론과 협상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지 않은 반면, 이 지침을 시행한 프랑스는 구글이 언론사들과 선의를 갖고 협상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벌금(매출액의 3%) 부과를 준비 중임. 뉴스사용료 부과와 별도로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더욱 확대될 전망임. 유럽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플랫폼 규제 강화를 위한 두 가지 지침 초안 (디지털 서비스법 및 디지털 시장법)이 그 사례임.

 

   

시사점

 

2019년 프랑스에서 뉴스 저작인접권을 신설하고, 2021년 호주에서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통과되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뉴스사용료 부과가 현실화된 듯함. 그러나 프랑스에서 언론사와 구글 간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협상, 규제력이 반감된 호주 뉴스미디어 협상법 등으로 이 두 나라의 대다수 언론사가 기대하던 결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임. 더구나 호주의 뉴스 미디어 협상법은 소규모 뉴스 조직을 희생하면서 거대 언론사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음. 그러나 이처럼 뉴스사용료를 언론사에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미디어 다양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 의해 생성된 수익이 저널리즘의 퀄리티를 높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음. 프랑스와 호주의 사례 모두 플랫폼이 뉴스 조직과 협상하여 자체 뉴스 서비스에 발행되는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임. 이 경우 뉴스 매체는 지급받은 사용료를 퀄리티 저널리즘 생산에 할애해야 할 의무가 없음. 또한 민간기업인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의 뉴스서비스를 이윤추구가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리라는 보장도 없음. 클릭을 통해 수익을 얻는 온라인 정보의 특성상 이들에게 사용료를 받고 뉴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공익 저널리즘의 활성화라는 기존의 목적과는 달리 저널리즘의 황폐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이유임.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통과되면서, 수많은 국가의 언론사들이 호주와 유사한 법안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 국내에서도 글로벌 거대 플랫폼들에게 뉴스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 그러나 이를 당장 실현하기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게 한국 시장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 보임. 유럽이나 호주처럼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이들의 위치가 지배적이라 볼 수도 없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뉴스가 무료라는 것도 문제임. 구글은 프랑스의 저작인접권법이나 호주의 뉴스미디어협상법을 우회하기 위해 자체 뉴스앱인 뉴스쇼케이스를 위해 이 두 나라의 언론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음. 사실, 뉴스쇼케이스가 해외 뉴스 수용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이유는 무료 뿐 아니라 유료 뉴스에 대해서도 접근이 가능한 서비스이기 때문임. 구글이 뉴스쇼케이스를 위해 유독 디지털 유료 구독 매체들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는 이유임.

 

프랑스나 호주의 방식은 자칫 디지털 플랫폼에 저널리즘의 미래를 맡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음.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과 뉴스 미디어의 불균형한 역학관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함. GAFA의 해체를 위해 이들이 각국에서 벌어들이는 엄청난 광고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이유임. 한편, Digital Rights Watch의 대표, 리지 오셰(Lizzie O’Shea)해결책은 플랫폼이 기존 미디어와 수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 거대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함. 지금처럼 뉴스사용료를 디지털 플랫폼에 부과하는 방식은 디지털 미디어 경제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 그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려는 야망도 없는 안일한 방식이라는 것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호주의 시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큼. 거대플랫폼의 디지털 수익을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하는 시스템 마련은 우리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임. 또한 단순 보도가 아닌 퀄리티 보도에 뉴스사용료를 지불하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는 그것이 실제 이루어지기 힘들다 해도 무의미한 것은 아님. 퀄리티 저널리즘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러한 보도에 가시성을 부여하는 방안은, 오래 전부터 정보유통이 언론의 몫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떤 나라보다 시급하기 때문임. 앞으로 다양한 국가들에서 거대 디지털 플랫폼의 지배로부터 뉴스 산업을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관련 규제에 대한 치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임. 이 경우, 거대 플랫폼 수익의 공정한 분배 시스템 마련뿐 아니라 뉴스콘텐츠의 퀄리티 개선, 언론의 독립성과 정보의 다원주의를 보호하는 조치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