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이 5일 오전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지난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종적을 감췄던 김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4일 오전 사옥에 출근하면서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 "부당노동행위 불가능"

노조, '노조 폐쇄지시', '노조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소환조사에 불응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서부지청)에 자신 출석했다.

5일 오전 9시47분쯤 서울 마포구 서부지청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사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근 몇일간 언론자유와 방송독립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해 왔다"라며 "무슨 부당노동행위를 하겠나. 당당히 조사받고 가겠다"라고 밝혔다.

심경에 대한 답변만을 마치고 기자들을 뿌리치며 서부지청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김 사장을 MBC 노조 측 기자들이 막아서고 '노조 폐쇄지시', '노조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MBC 측 관계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MBC 기자들은 김 사장에게 '총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가 없는지' '자유한국당에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등의 내용을 물었지만 김 사장은 5층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김 사장의 출석 전부터 80여명의 취재진이 조사가 예정된 서부지청 앞에 몰렸다. MBC 사측에서 보낸 취재진과 노조 측에서 파견한 취재진이 함께 김 사장의 출석을 취재하기도 했다.

취재진과 함께 김 사장을 응원하는 보수단체 회원들까지 몰리면서 김 사장이 출석할 당시 서부지청 일대는 혼란이 빚어졌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포함해 '애국여성연합' 회원 10여명도 출석하는 김 사장에게 큰 목소리로 '힘내라'라고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MBC 노조)는 지난 6월1일 김 사장을 비롯해 MBC법인과 경영진들이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신청을 했다. 

김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서 법원은 지난 1일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을 빠져나갔던 김 사장은 행방이 묘연했다가, MBC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한 4일 오전 정상 출근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MBC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부당 전보와 징계, 모성보호의무 위반, 최저임금제 위반, 근로계약서 미교부, 일부 퇴직금 부족 지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자의 노동3권에 대한 사용자의 방해행위를 일컬으며 현행 노동조합법상 2년 이하의 징역형,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 사장이 자진 출두함에 따라 강제 구인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나 체포영장이 48시간의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조사가 길어질 경우 서부지청 인근의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될 수도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조사는 오후 5시 내로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치장 신세를 피하더라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MBC를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됐다며 김 사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기소돼 법정에 서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4일)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MBC 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마포구 사옥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