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포털이 통신사 뉴스를 전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26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포털이 자신의 뉴스 페이지에 어떤 기사를 어떤 순서로 게재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언론 기능의 핵심인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서 “다른 언론사와 동일한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통신사가 유통의 중간상인 신문사를 거치지 않고 포털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뉴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은 수직 계열화의 일환”이라면서 “농산물 직거래가 다단계 유통에 따른 고마진의 제거와 같은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술 진보에 따라 포털을 통한 통신사 뉴스의 실시간 전달도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 통신사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 콘텐츠 공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입장과 상반된 것이다. 이 신문들은 포털의 공짜 뉴스가 콘텐츠 유료화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특히 네이버를 집중 공격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포털 규제는 경쟁 사업자의 보호가 아니라 경쟁 과정의 보호를 통한 소비자 후생의 증대라는 경쟁법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당한 경쟁과 부당한 시장 지배력의 남용을 구분해서 전자는 권장하고 후자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비록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방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존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며 가격을 인하하려는 노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더 큰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정당한 수단으로 획득한 시장 지배력이라 하더라도 이를 부당하게 남용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검색 결과와 검색 광고를 구분하지 않는 행위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54.3%가 지도 및 위치 정보 검색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외부 콘텐츠를 무단복제하는 행위도 훨씬 더 강력한 사전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저작권자가 신고를 하면 불펌 글을 삭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위반의 정도가 심각하고 반복적일 경우 해당 블로그의 폐쇄 또는 블로그의 강퇴 등의 조치를 해야 하고, 사전적으로 복제, 인용, 가공한 글의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히도록 하고 원문 여부를 정확히 판독해서 검색결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내부 콘텐츠를 외부 콘텐츠보다 우대하는 행위도 규제 대상이다. 이를 테면 이효리를 검색했을 때 네이버는 네이버 뮤직의 링크만 보여주고 경쟁 서비스인 멜론과 엠넷, 벅스 등의 콘텐츠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 교수는 “소비자 편익 제고 효과가 없는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사례가 얼마나 일반적인지 아니면 예외적인지 여부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네이버의 웹툰이나 오픈마켓 서비스 등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네이버의 웹툰 서비스로 독립 만화 사이트가 피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결과이고 경쟁법으로 규율하기는 어렵다”면서 “소비자 선호와 기술 변화에 따라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걸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네이버의 오픈마켓 진출은 G마켓과 옥션, 11번가에 대한 중요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해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고 경쟁을 촉진해 최종 소비자에 대한 가격 인하와 품질 새건 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 판매자들에 대한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한 친환경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포털 규제는 경쟁 사업자의 보호가 아니라 경쟁 과정을 보호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의 연장선 위에 있다.

이 교수는 포털 뉴스에 대해서도 “점유율이 높은 포털은 그만큼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이 크므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뉴스스탠드에 포함되는 언론사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신망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해서 언론의 다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최근 포털을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는 언론사들이 포털로부터 콘텐츠 이용료를 받지만 포털의 광고수익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내재돼 있다”면서 “핵심은 수익과 의제 설정 권한을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에서 의제 설정 권한을 독점해 왔던 조중동 등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일부 정치권에서는 긴 안목으로 보기 보다는 시류에 부합해 마치 때 만난 고기처럼 포털 규제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네티즌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정치적인 논쟁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과도한 규제 입법을 우선하기 보다는 장기 로드맵으로 선 자율규제와 후 외부규제라는 원칙이 필요하다”면서 “포털의 공과를 파악하고 인터넷 법칙에 맞는 진흥과 규제를 적절히 배치하는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인터넷콘텐츠협회 회장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규제 논의는 애초부터 그 동기가 불온하고 핵심을 벗어나 있다”면서 “기존의 기득권인 언론과 현재의 기득권인 네이버의 문제를 중소 인터넷 기업의 문제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언론이 네이버에 피해를 당한 게 있으면 직접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자기들의 불만을 이야기하기 위해 중소 인터넷 기업의 피해사례를 내세우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부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포털 규제법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포털의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철저히 규명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포털의 규제가 일부 보수 언론과 정부 여당의 디지털 공론장 장악 음모라면 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