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행 재허가 제도로는 불가능”
내년 방송법 개정 이후 2023년부터 공적책무 협약 체결 추진
공영방송 '역할 법제화→이행 약속→평가→피드백' 시스템 



PS21090400084.jpg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공공성 제고 방안’ 세미나. 사진=노재웅 기자



공영방송의 재원은 수신료를 축으로 한다는 정의는 방송법에 제정돼 있지만, 사회적으로 시청자들은 여전히 ‘왜 수신료를 납부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을 감추지 못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선, 공영방송만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공정한 저널리즘이 발현돼야 할 터. 하지만 공영방송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지적과 고민이 수십 년째 이어져도 공영방송의 공공성은 여전히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3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후원으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영방송의 공공성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는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앞으로 추진할 ‘공적책무 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도입방안이 처음으로 논의됐다.

“공영방송이 뭘 해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이날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방안’을 발제한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공영방송에 특화된 공적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부터가 부족하다”며 “이는 방송법에도 구체화 돼 있지 않고, 공영방송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현행 방송법의 재허가 및 경영평가 제도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구분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적책무 협약 도입의 근거를 밝혔다.

방통위 역시 앞서 지난 1월 5기 위원회 정책과제로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강화를 위해 현행 재허가 제도를 방통위와 공영방송 간 공적책무 협약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세미나에선 공적책무 협약을 정확히 어떤 내용과 일정으로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공적책무 협약은 공영방송의 공적책무를 방송법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서 해당 책무를 잘 지켰는지 이행실적을 정량화 지표로 평가하고, 종국에는 수신료 산정 또는 인사 등과 연계한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협약의 개괄적인 구조다.

쉽게 말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법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방통위와 쌍방 합의한 뒤, 약속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제도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협약은 ‘공적 역할’과 ‘운영 원칙’ 두 가지 파트로 나뉘어 구성한다.

공적 역할로는 ①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공론장(재난방송 포함) ②차별적·독창적, 고품질 프로그램 ③성·연령·지역 등 다양한 커뮤니티 반영 및 사회통합 ④문화 전달, 계승 및 국제교류 등이 들어갈 수 있다.

공영방송은 해당 공적 역할별로 구체적인 예산 투입 계획서는 물론이고, 어떤 탐사보도나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제작·편성할 것인지를 세부과제로 협약에 명시해야 한다.

운영 원칙 역시 마찬가지다. ①시청자 참여 ②개방·투명성·설명책임 ③보편적 접근을 위한 기술혁신 ④운영 효율성 ⑤상생·협력 등에 대해 각각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장애인 시청지원, 외주 상생기금 지원 등 세부과제를 마련해 협약에 담아야 한다.

3년마다 책무이행 종합평가로 수신료 산정

이렇게 마련한 협약의 세부내용은 방통위와 공영방송 간의 실무 논의를 통해 협약(안)을 작성하고,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협약 체결로 이어지는 절차를 밟는다.

공적책임 협약의 유효기간은 6년이다. 방통위가 1년 단위로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3년 단위로 종합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는 수신료 산정 시 활용될 수 있으며, 임직원 감사, 인사 등의 필요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협약 미이행분은 개선계획을 제출하게 하거나 시정명령을 부과한다.

성 박사는 “이 모든 절차는 법개정이 우선 이뤄져야 시작할 수 있는 문제”라며 “내년 방송법이 개정된다면 2023년에 공영방송과 협의 및 협약 체결을 맺고 운영을 진행, 2026년 협약 평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향후 일정을 전망했다.

발제 이후 토론회에서는 공적책무 협약의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정준희 한양대학교 교수는 “핵심은 KBS의 아이디어”라며 “공적책무 협약에 들어가는 내용은 방통위가 아니라 KBS가 제시하게 되는데, 과연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원 인천카톨릭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먼저 정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재원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며 “전체적인 공영방송 개혁과 맞물려 이뤄져야지, 이 제도 하나만 당장 도입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 박사는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논의해 가면 된다. 공적책무조차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느냐”며 “협약제도는 공적책무 설정부터 법에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전면 개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16886629176840&mediaCodeNo=257&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