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한국일보 사측이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의 출입을 막은 건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회사 측이 기자들의 편집국 전산시스템 접근 권한을 박탈하고, ‘확약서’를 강요한 것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0일 넘게 타의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채 농성을 벌여왔던 180여명의 기자들이 본업에 복귀할 수 있는 문이 마련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강형주 수석부장판사)는 8일 한국일보 기자 151명이 지난달 18일 한국일보를 상대로 낸 ‘취로방해금지 및 직장폐쇄해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한국일보사가 신청인들의 근로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일보 편집국에 출입할 것을 허용하고 신문기사 작성·송고 전산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한국일보사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경우 신청인 1인당 하루 20만원씩(1일당 약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이행강제금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한국일보 사측이 편집국을 폐쇄한 것에 대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개시 전에 행해졌기 때문에 노동조합법에 위배된다”며 “사측이 선제적으로 편집국과 신문기사 작성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점 등을 볼 때 신청인들을 사업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목적의 선제적·공격적인 것으로서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사측이 ‘근로제공 확약서’를 요구한 것은 “기자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당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사측은 편집국 폐쇄조치 이후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직무대행 포함)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기자들에게 요구한 바 있다. 
 
법원은 또 현재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지면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하종오 사회부장에 대한 인사명령도 ‘무효’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사측이 애초 지난 5월1일 하종오 부장을 편집국장으로 발령 낸 것과 관련해 “하 부장이 한국일보의 편집국장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편집규약에 따라 회사 측이 임명 5일 전 편집국장 내정자를 노동조합에 통보하지 않았고, 이어 한국일보 기자들이 임명동의 투표에를 부결시켰다는 점 등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5월1일 인사에서 경질된 이후 지난달 11일 해고된 이영성 전 편집국장이 한국일보 사측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정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한국일보가 이 전 국장에게 한 해고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일부 인용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자들이 5월 1일자 이 전 국장 등에 대한 인사조치에 반발한 것은 동기를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이를 징계사유로 제시한 사측의 논리를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 전 국장에 대한 해고조치의 효력을 12월31일까지(본안 판결이 전에 확정될 경우 확정시까지)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징계사유 중 일부를 정당한 징계의 근거로 보기 어렵고 징계 사유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징계권 남용으로 위법·무효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일보 바로세우기위원회(위원장 이준희)와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법원 판결 직후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비대위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사측은 즉시 편집국을 개방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부당성이 인정된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즉각 물러나고, 불법 직장폐쇄와 짝퉁신문 제작을 강행해 온 책임자들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