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자의 역할을 프로그램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것이다. 

 
미국 IT잡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정보통신(IT)기업인 '내러티브 사이언스'가 만든 알고리즘은 30초면 기사 하나를 작성한다. 인간에 비해 엄청난 생산성을 자랑한다. 
 
알고리즘이 쓴 기사지만 일부 분야에선 기자에 비해 더 정확하고, 분석력도 뛰어나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홈페이지에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기사를 게재할 정도다. '바이라인'은 내러티브 사이언스이다.  
 
내러티브 사인언스는 기업들의 분기별 실적예상(Earnings Preview)과 주가에 관련된 금융 기사를 주로 쓴다. 비결은 알고리즘을 활용한 빅데이터다. 기업이 공개하는 다양한 경영 정보와 주식시장의 동향을 알고리즘이 분석, 가공해 기사 형태의 글로 제공한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내러티브 사이언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크리스티안 하몬드(Kristian Hammond)는 2012년 '20년 안엔 컴퓨터가 퓰리쳐상을 수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5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사 작성 시도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다. 최근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인수를 하고 있는 뉴스 요약 앱도 이런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야후는 지난 3월 액정이 작은 스마트폰에 맞춰 기사를 요약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썸리(Summly)를 3000만 달러(약 340억원)에 샀다. 
 
한국에서도 기사 내용을 3줄로 요약해주는 '뉴스메이트'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최근 등장했지만 아직 효용성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 수록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사 작성은 언론계에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판단을 요하지 않는 단순 작업을 알고리즘이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사, 부고 기사다. 분기별로 나오는 기업 실적보고 기사도 가능하다. 단순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알고리즘이 작성하고, 시장 상황과 예측을 담은 분석 기사는 기자가 작성하면 된다. 
 
이런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면 통신사의 잔업무가 줄어들 수 있다. 연합뉴스 등 통신사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전국 주요신문 톱뉴스> <오늘의 주요 일정> 등의 정보성 기사를 내고 있는데 모아진 데이터를 정리하는 단순업무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기사 작성에 특히 큰 영향을 받을 분야는 스포츠와 금융권 기사다. 두 분야는 알고리즘이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표현과 형식을 갖춘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애초 알고리즘 기사는 스포츠 경기 결과 기사에서 시작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선 2009년 저널리즘과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스탯츠 몽키(stats monkey)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스탯츠 몽키는 야구 경기의 기록을 모아서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이 대학 교수로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크리스티안 하몬드는 언론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가 아닌 대학 리그 등 작은 경기 결과를 기사로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쓰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렸다는 얘기다.
 
또한 금융권은 어느 분야 보다 알고리즘에 입력할 데이터가 많아 기사를 작성하기 좋다. 이미 금융권에선 기사 뿐만 아니라 주식 매매에도 알고리즘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미국 증시 거래량의 50%는 알고리즘이 매매하는 극초단타매매(HFT)로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약 80%로 추정된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시도는 언론계와 금융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2009년 '컴퓨터를 이용한 법 연구(Computational Legal Studies)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공개된 모든 판례를 바탕으로 경우의 수를 분석해 사건의 유죄 여부와 형벌 수위를 예측한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예방과 처방책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선결과제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수집이다. 언론 분야에서도 데이터가 나오는 운동 경기와 금융권 같은 일부 분야에서만 알고리즘을 이용한 보도가 가능한 이유다. 
 
한편 알고리즘을 이용해 방송 보도용 리포트를 제작하는 연구도 있다.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스탯츠 몽키 프로젝트와 별개로 '7시 뉴스(News at Seven)'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