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자사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관련 보도를 비판한 내용을 내보낸 옴부즈맨 프로그램 담당 국장과 부장을 보직해임했다. KBS는 7월1일자로 옴부즈맨 프로그램 <TV비평 시청자데스크>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시청자본부 시청자국 고영규 국장과 시청자서비스부 홍성민 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대기발령 인사를 냈다. 제작을 담당한 PD는 보복인사라고 주장했고, 기자협회를 비롯한 KBS 내 직능협회들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KBS의 인사는 문책성 인사이며 자사 비평 프로그램에 재갈을 물리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TV비평 시청자데스크>는 지난 22일 ‘클로즈업 TV’ 코너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보도한 KBS <뉴스9>가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댓글 공작 의혹에서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까지 단순한 사실 전달에만 그쳤을 뿐, 그 의미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며 “권력의 눈치를 보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국정원 관련 단독 보도가 없었을뿐더러 ‘국정원 반값 등록금대응 문건’ ‘경찰의 수사 축소 지시’ 등 중요한 사안을 단신으로만 짚었다”고 지적했다.


KBS 관계자는 “이 보도가 나간 후 길환영 사장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다음날인 23일 일요일임에도 회사에 출근해 보도본부장, 시청자본부장을 불러 방송이 나간 경위에 대해 따져 물었고, 그 다음날인 24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TV비평 시청자데스크> 제작 과정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현상윤 PD는 3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이템 발제 당시에도 CP(책임PD)와 PD 사이에 잠깐 이견이 있었을 뿐 방송 때까지 특별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며 “방송 이후 간부회의가 개최되고 일주일 만에 간부들이 보직해임된 정황은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충분한 정황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현 PD는 사내 게시판에 “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KBS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며 “차라리 담당 PD인 나를 날리라(보직해임하라)”고 적었다.


KBS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촬영감독협회, PD협회 등 직능협회는 성명을 내고 “방송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국정원 보도 문제점’ 보도와 관련해 담당 간부를 일주일 만에 경질했다. 수신료 인상이 될 때까지는 어떠한 불만도 잠재우겠다는 교묘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 역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시청자의 입까지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며 “내부 비판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 몰상식한 ‘무대포 단속’에 나섰다”고 했다. 매체비평 우리스스로, 언론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도 제작자 징계조치의 중단을 요구했다.

KBS 관계자는 “조직개편에 따라 대폭적인 인사 발령이 났고 시청자본부 국장과 부장도 포함됐다. 보복인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