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전례 없는 극진한 예우로 맞이했습니다.”(6월27일 KBS <뉴스9> ‘환대·예우…관계격상’)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았습니다.” (6월27일 MBC <뉴스데스크> ‘극진한 국빈예우’)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전하는 27일 KBS MBC 메인뉴스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두 방송사는 공통적으로 ‘극진한 예우’라는 표현을 썼다. 중국이 얼마나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우하며 영접했는지를 강조했다. 이날 KBS <뉴스9> ‘환대·예우…관계격상’ 리포트 내용을 일부 추리면 다음과 같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민대회당 앞까지 직접 나와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렸습니다. 보통 방문국 정상들이 실내에서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입니다 …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열할 때도 시진핑 주석은 한발짝 뒤에 서서 수시로 손을 내밀며 박 대통령을 안내했습니다. 여성 대통령을 배려한 대목이 눈에 띠었다는 평갑니다.” (KBS)

 

‘극진한 예우’ ‘이례적 영접’… 기사인가 문학적 글쓰기인가

 

중국 정부의 ‘극진한 예우’만 강조한 게 아니다. 중국 언론이 이번 방문에 얼마나 관심이 큰 지도 KBS는 주목했다.

 

정상회담 의제나 전망, 성과 등에 대해 차분하게 분석하고 조명하는 것은 리포트의 기본이다. 하지만 KBS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중국 정부와 언론이 얼마나 ‘극진하게’ 대접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이날 KBS <뉴스9>에서 다룬 한중 정상회담 관련 꼭지수는 모두 4개. 이 중에서 2개 리포트가 ‘중국의 극진한 박근혜 대통령 대접’을 다뤘다.

“중국 관영 CCTV는 박근혜 대통령 방중에 맞춰 매시간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 한중 관계를 전망하는 분석 보도가 주를 이뤘습니다…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이미 수차례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중국 유행가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하다며,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KBS <뉴스9> ‘중 언론 큰 관심’)

 

MBC <뉴스데스크>도 다르지 않다. <뉴스데스크> 역시 4꼭지 리포트 가운데 2꼭지를 ‘극진한 대우’에 할애했다. 특히 MBC가 사용한 서술방식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뉴스가 아니라 청와대가 언론에 제공한 홍보자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부장 중에 가장 서열이 높은 장관급 인사가 이례적으로 영접해 의전의 격을 높였습니다 … 중요한 손님을 맞이한다는 인민대회당 동쪽 광장에 박 대통령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시진핑 주석이 영접했고 … 회담 뒤 국빈 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금색 대청 연회장에서 일반 환영 만찬의 2배 규모로 진행되며, 특별한 문화공연이 준비되는 등 중국 정부의 각별한 배려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MBC <뉴스데스크> ‘극진한 국빈예우’)

 

‘중요한 손님을 맞이한다는’ ‘각별한 배려’와 같은 표현은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에 있어 가급적 피해야 할 서술방식이다.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고, 중국 정부가 환대했다’고 보도하면 될 내용을 온갖 형용사와 부사를 사용해가며 ‘찬사’를 하는 건 저널리즘 보도행태를 벗어난 일이다.

 

중국인들 마음까지 읽어내는 MBC 기자의 능력?


KBS MBC… SBS <8뉴스> 리포트를 교재로 써라.

 

MBC <뉴스데스크>의 ‘박근혜 호들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어진 리포트 ‘중국의 오랜 친구’에선 ‘호들갑 수준’을 넘어서는 보도행태마저 보인다.

“동북아시아 첫 여성대통령이 일본 보다 먼저 중국을 찾아온데 대해 중국인들은 큰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시안 방문을 앞두고 현지에선 인공 비를 뿌려서 깨끗한 공기를 선사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환영 분위기가 높습니다 … 자국의 언어는 물론 문화를 이해하려는 한국 대통령에게 중국인들이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MBC 기자의 능력이 놀랍긴 하지만 과연 이런 표현을 리포트에 사용하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 든다.

 

KBS MBC의 이날 리포트가 얼마나 ‘호들갑스러운지’는 SBS <8뉴스>와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SBS는 27일 <8뉴스>에서 한중 정상회담 리포트를 3꼭지 다뤘는데 KBS MBC와 같은 표현과 리포트는 거의 없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두 나라 관계 발전방안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습니다.” (SBS <8뉴스> ‘한반도 비핵화 공동노력’) 


“정상회담에 앞서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선 시진핑 주석이 박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습니다.” (SBS <8뉴스> ‘포괄적 한중 FTA 추진’)


“정치·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학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약속한 점도 상호 간 이해도를 높여 보다 밀접한 한·중 관계를 여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SBS <8뉴스> ‘정열경열…경제 넘어 정치로’)

방송기자연합회가 최근 펴낸 <방송 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상상과 추측에 바탕을 둔 내용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묘사하는’ 표현 방식은 문학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기사쓰기에 적합한 표현양식은 아니다.”

 

KBS MBC 보도국 데스크들이 되새겨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