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쪽의 편집국 봉쇄가 열흘을 맞은 가운데 이번에는 편집국 밖에서 신문을 제작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정상원 한국일보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편집국에서 신문을 만들던 부장들이 지난주 금요일 마감을 하고 나갔는데 아직까지 한 명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들이 어디서 모여 편집회의를 하는지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사쪽이 임명한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 등 10여명은 15일부터 용역업체 직원들이 다른 기자들의 출입을 차단한 가운데 서울 남대문로2가 한진빌딩에 있는 편집국에서 지면을 제작해왔다.

 

사쪽 간부들이 편집국 밖에서 지면을 만드는 것은 편집국 앞에서 농성하는 기자들과의 대치가 계속되는데다, 최근 부장 2명이 보직 사퇴를 하고 지면 제작에서 빠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편집국 앞에서 순번을 정해 24시간 지키며 사쪽 간부들에게 “짝퉁일보 그만 만들라”고 요구해왔다.

 

한국일보 노사는 21일부터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철환 경영기획실장은 “노조와 만나 신문 정상화를 위해 바로 복귀하자는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인사 문제 등은 차후 논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연일 사옥 1층 로비에서 총회를 하고, 장재구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24일에는 해고당한 이영성 전 편집국장과 황상진 전 부국장, 고재학 전 경제부장이 광화문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김주언 <한국방송>(KBS) 이사 등 한국일보 출신 인사 36명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장재구 회장은 가장 크고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야 하며, 대주주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으로써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낸 성명에서 “한국일보는 한마디로 식물 언론 상태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언론 소비자의 권리 확보와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시민운동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광고주들은 광고 철회에 나서고 독자들은 구독 철회에 나서도록 시민들의 의지를 모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문현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