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들이 사측의 ‘편집국 폐쇄’ 24일 만인 9일 편집국에 복귀했지만, 신문 발행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기자들은 사측이 법원의 결정을 어겨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사측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편집국에 복귀했던 한국일보 기자들은 10일, 15층 편집국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을 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업무에 복귀한 편집기자들은 한국일보 지면을 짜는 조판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차장급 이상 간부들이 기자들의 기사를 수정하고 승인할 수 있는 ‘데스크 권한’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비대위는 “물리적으로 우리가 신문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근로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이날 오후 “우리가 언제 신문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이냐”는 정상원 비대위원장의 질문에 박진열 사장은 “하종오 편집국장 직대와 부장들이 신문을 제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전했다. 사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편집국장을 새로 임명하는 방안을 놓고 비대위와 협의를 벌였지만,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8일 법원은 현재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지면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하종오 사회부장에 대해 “하 부장이 한국일보의 편집국장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편집규약에 따라 회사 측이 임명 5일 전 편집국장 내정자를 노동조합에 통보하지 않았고, 이어 한국일보 기자들이 임명동의 투표를 부결시켰다는 점 등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또 “편집강령규정 제8조에서 정한 절차(임명동의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피신청인이 신임 편집국장을 선임하기만 하면 그 편집국장의 지휘에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편집강령규정 제8조에 위반되는 위법한 요구”라고 결정했다. 비대위는 이를 근거로 “(현재 상황은) 법원이 가처분신청 관련 결정문에서 주문한 사항을 명백히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데스크 권한은 하종오 국장이나 나머지 부장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10일 “노조가 총회에서 (회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데스크 권한을 줄 수는 없다”며 “법원이 얘기한 기자들의 기사 송고 시스템 접속 권한은 다 풀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기존에 (지면을) 만들어놓은 걸 (노조가) 고쳐놓으면 신문 제작이 안 된다”며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문 정상 제작 여부에 대해 그는 “(편집국장 및 부장단) 인사문제하고 겹쳐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지시를 안 따르겠다고 하고 있다”며 “취재기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회사 측에 대해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을 법원에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일보 지면은 서울경제 사옥 등에 위치한 별도의 편집실에서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