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5일 회사 측의 편집국 폐쇄조치 이후 25일 만인 9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에 복귀했다. 노조가 지난달 제기했던 가처분 신청을 8일 법원이 일부 받아들인 결과다. 그러나 편집국이 정상화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계기였던 장재구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와 거취 문제도 남아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강형주 수석부장판사)는 8일 사측의 편집국 폐쇄조치가 ‘불법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또 “한국일보 편집국에 출입할 것을 허용하고 신문기사 작성·송고 전산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한국일보사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경우 신청인 1인당 하루 20만원씩(1일당 약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이행강제금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일보 사측은 9일 오후 3시 편집국 폐쇄를 해제했다. 180여명의 기자들은 거의 한달 만에 편집국에 복귀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나 편집국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상원)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 “신문 제작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취재기자들의 기사 집·배신 시스템 접속 권한은 회복됐지만, 편집기자들은 접속이 불가능했다. 사진부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대위는 “용역을 동원해 기자들을 내쫓은 인사들은 9일에도 짝퉁 한국일보 제작을 계속하고 있으며, 서울경제에 설치된 짝퉁 편집실도 계속 가동 중”이라며 “심지어 법원의 가처분신청 결정까지 무시하며 차장급 이상 데스크들의 기사 승인 권한까지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정상적인 신문제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자들은 이날 저녁 ‘짝퉁신문’이 제작되고 있는 서울경제 내 편집실을 항의 방문했다.

회사측은 또 이날 이준희 논설위원실장을 논설고문으로 발령 냈다. 사실상 ‘징계’에 가까운 인사다. ‘한국일보 바로세우기 위원회’ 회장을 맡은 이 논설실장은 이날 오후 한국일보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도중,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편집국 폐쇄기간 동안 신문을 제작해왔던 인사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인사 문제는 추후에 협의하고 일단은 (사측이 임명한) 현재 체재에서 신문을 만들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가 이전처럼 편집국을 점거하면 안 된다”며 “그 부분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짝퉁 한국일보를 제작해온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설령 신임 편집국장 및 부장 임명 등 인사문제가 풀리고, 편집국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비대위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미해결인 채 남아있다”며 “바로 장재구 회장의 퇴진과 200억원 반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배임혐의로 고발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장재구 회장에 대한 소환 일정도 잡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의 편집국 폐쇄조치 이후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던 비대위도 다양한 전술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 비대위는 “편집국 폐쇄 이후 한국일보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응원을 보내 주신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다만 편집국 정상화의 길은 아직도 멀었으니 ‘싸움이 끝났다’고 오해하지 않아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진주 부위원장은 “(이제부터는) 좀 더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