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미디어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변화무쌍한 미디어 수용자들의 흐름을 놓칠 경우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1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2016년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선 전통매체에 등 돌린 독자들을 되돌려놓기 위한 미디어 기업들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위기를 정면 돌파한 혁신 사례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세계신문협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세계언론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 종이신문 독자는 27억명으로 디지털신문 독자 수(13억명)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신문독자 대부분이 중국, 인도, 남미 등에서 늘어난 덕에 나타난 착시현상일 뿐 선진국을 중심으로 종이신문 독자가 디지털 독자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xtype=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모바일 독자가 전년 대비 78%,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소유한 다우&존스는 같은 기간 동안 58%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언론사는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Only)’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총회를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모바일 시대, 동영상이 답인가
세계신문협회는 모바일 등 온라인을 이용하는 16~34세 수용자의 약 95%가 동영상을 소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독자를 잡기 위한 ‘킬러 콘텐츠’로 동영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다 독자들의 몰입을 더한 VR(가상현실)영상이 모바일 세대의 눈길을 잡기 위한 ‘히든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회 참석자들은 VR의 폭발적인 성장기점을 2020년으로 예상했는데, 컴퓨팅 및 스크린 기술의 빠른 발전, 투자 증가, 주요 기업 간 경쟁 등이 시너지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VR 스타트업 오큘러스를 약 2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시장엔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다.


햅틱� �창업자인 데니스 에르구렐은 “골드만삭스는 VR과 AR(증강현실)시장이 2025년까지 비디오게임, 헬스케어, 교육, 엔지니어링, 군사, 부동산, 비디오 엔터테인먼트 등 9개 분야에서만 8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VR영상이 풀어야할 과제 역시 적잖다. 텍스트 기반의 네이티브광고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VR영상이 광고 플랫폼이나 뉴스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다. 국내 언론 중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들이 VR투자에 주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에르구렐은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VR의 가능성을 엿봐야 한다. 뉴스는 물론 광고, 다큐 분야 등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며 “라이브 VR영상 내 수용자들에게 노출할 수 있는 광고를 붙이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유통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뉴스유통 플랫폼 사업자는 독자를 놓고 언론사와 일전을 치러야 하는 경쟁관계일까.


이번 총회 참석자들은 맞불을 놓기보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디언의 사샤 코렌 모바일 이노베이션 랩 에디터는 “미국인의 84%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89%가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며 “대화형 뉴스앱 쿼츠를 비롯해 퍼플,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 라이브, 페리스코프, 스냅챗 등 뉴스봇(NewsBot)이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RBS그룹의 앤디아라 페트렐 부사장도 “독자들은 페북, 구글 등에서 뉴스를 보고 우리 사이트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오는 경우는 20%에 불과하고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입되는 경우는 60%이상 된다”고 말했다.


이들 플랫폼을 뉴스 소비 창구로 이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뉴스소비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툴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에밀리오 가르시아 루이즈 디지털부문 편집장은 “구글, 페이스북, 스냅챗 등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플랫폼의 특성을 파악해 뉴스를 제작해야 한다”며 “브랜딩 초점을 젊은 구독자에 둬야 하고 결국 ! 그들을 프리 이용자에서 유료 이용자로 전환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라
이처럼 전통매체가 ICT(정보통신기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눈높이가 달라진 독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서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잡기 위한 신문사들의 노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에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모바일에 먼저 기사를 노출한 뒤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뉴스룸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그렉 바버 디지털뉴스 프로젝트 담당 이사는 “기사의 댓글은 뉴스룸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의견을 달거나 댓글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이트재단의 도움을 받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코랄 프로젝트(The Coral Project)’를 진행 중인데 독자와의 소통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픈 소스로 공개될 코랄 프로젝트 툴은 크게 독자들의 댓글을 모아 분석하는 ‘Trust’와 독자들에게 질문하고 조사 결과를 얻는 ‘Ask’ 그리고 저널리스트와 독자들 간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Talk’ 등으로 나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매트 머레이 편집장은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우선 모바일에 기사를 올리고 반응을 본 후 뷰를 많이 기록한 기사를 중심으로 보다 심층적인 기사를 싣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독자와의 관계는 현재 가장 중요한 유통·수익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유료화, 험난하지만 가야 할 길
온라인 유료화 모델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광고 시장은 나날이 쪼그라들고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플레이어들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반면 유료화 정책에 대한 독자들의 저항감은 여전하다. 세계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디지털 독자 5명 중 1명만 유료회원일 정도로 디지털 유료화는 전세계 언론이 떠안고 있는 고민이자 과제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번 대회 참석자들의 중론이다.


기사 일부를 공짜로 ! 보여주고 일정 기간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페이월(Paywall)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 모델로 꼽혔다.


워싱턴포스트 루이즈 편집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자에게 접근해 궁극적으로 유료 구독자로 전환하는 게 목표”라며 “먼저 무료로 제공하다 좀 더 지불하면 보다 많은 것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관심사에 따라 각 분야별로 유료화 정책을 실시하되 가격정책을 부담이 적은 소액에서부터 특별 이벤트 제공 등을 포함한 고액까지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위스의 NZZ미디어그룹 베이트 덴글러 사장은 “광고 수입만으로 경영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독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편집장과의 저녁, 무료 콘서트 티켓 증정 등의 혜택이 들어간 수백만원짜리 구독모델에서부터 기본 뉴스만 볼 수 있는 최소 가격의 구독모델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 이용자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고객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신문협회 뱅상 페레뉴 CEO는 “신문의 미래는 새로운 뉴스 브랜드개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빅데이터 이용, 독자와의 신뢰구축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