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기자 수첩]
기자들에 따뜻한 커피 마시며 일할 장소 마련하라 지시
과거 MB정부 겉으론 프렌들리, 뒤로는 비판인사 축출 최악 언론장악 비판
정말 필요한 건 취재 편의가 아닌 투명한 정보공개와 답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기자들의 취재환경 개선을 위해 ‘프레스 다방’을 만들라고 주문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은혜 윤 당선자 대변인은 22일 윤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단회의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늘(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7개 분과 간사로부터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은 ‘격의없는 소통’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변인은 “언론인들의 어려운 취재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주문도 이어졌다”며 윤 당선자의 발언을 전했다. 윤 당선자는 “제가 오가다보니 밖에 기자분들이 노트북 친다고 길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며 “비도 오고 추운 날이 많았는데 통의동 건물 앞마당에 차 한잔 따뜻하게 마시고 일하실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공간제약 상 통의동에 세워지지 못했으나 당선인의 요청으로 만들어질 ‘프레스 다방’은 이르면 내일 단장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에 앞서 이날 아침 일일브리핑에서 현안 설명을 하기 전에 비슷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TV에서 생중계 중인데도 취재 편의 제공을 가장 먼저 공개했다. 그는 “비올 때도 날이 궂을 때도 그렇고 날이 추울 때 보면, 기자님들 통의동에서 누가 들어가는지, 누가 나오는지 식사도 거르면서 취재하는게 너무 죄송해서 주변에 좀 따뜻하게 몸을 쉬실 수 있는데를 알아봤는데, 마땅치가 않더라”며 “통의동에 저희도 청사는 워낙 많이 비좁아서 회의실도 쪼개쓰는 형편이다보니”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궁리궁리하다 보니 안되가지고, 1층에 따로 따뜻하게 커피도 드실수 있는 약식 기자실을 마련하려고 하니까”라며 “카메라 기자들, 사진기자들 너무 추운데 고생하니까요. 마련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당선자 비서실
 

윤석열 당선자의 ‘프레스 다방’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프레스 프렌들리’가 연상된다. 이 전 대통령 당시 프레스 프렌들리는 기자들과 잦은 스킨십을 하고 친화력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주류 매체와의 프레스 프렌들리였다. 최시중(동아일보) 방통위원장, 이동관(동아일보) 대변인 및 홍보수석, 신재민(조선일보) 문화체육광광부 제2차관, 진성호(조선일보) 대선후보시절 인터넷 본부장 등 주류 매체 기자 출신을 중용했다. (윤 당선자도 외신대변인에 조선일보 현직 부국장인 강인선씨를 깜짝 발탁했고, 선거캠프 때부터 주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특히 MB는 말로는 프레스 프렌들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려 드는 기자, 방송인, 언론사, 사장까지 몰아내거나 법으로 다스리려 했다. 심지어 일반인(미네르바)까지 구속수사하려다 법원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반면에 조중동과 연합뉴스 매일경제엔 신문법 방송법까지 개정하며 종합편성채널을 내줬다. 프레스 프렌들리 뒤에 감춘 당근과 채찍이었다. 최악의 언론장악으로 평가받았다. 윤석열 당선자가 이런 전철을 밟기 위해 언론에 환심을 사려는 행위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기자들에 편의를 봐주고 스킨십을 하면서 친해지는 것이 프레스 프렌들리가 아니다. 대국민소통의 1순위는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질문에 성실히, 당당하게, 투명하게 답변하는데 있다. 숨지 않아야 한다. 기자들이 물어보면 대답을 잘 해줘야 한다. 민감한 내용이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취재이면 당국자들이 알아서 꽁꽁 숨는 것은 당국자의 태도가 아니다. 기자들이 물어보는 일에 직접 대답해야 한다. 기자 뿐 아니라 국민 누가 묻더라도 마찬가지다.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은채 친해지는 데에만 힘을 쏟고자 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일일 수 있다. 그런 관계는 언론과 권력의 건전한 긴장관계가 아니다. 새 정부 뿐 아니라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부에도 다르지 않다.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3층 기자회견장에서 일일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김은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3층 기자회견장에서 일일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기자와 권력이 서로 친해보이는 그런 관계를 국민들은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국민은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대통령이 얼마나 공명 정대하고 정당하게 쓰는지 기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감시하고 견제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기자들에게 공간을 비롯해 물한잔, 커피한잔, 다과한상을 지원하는데 드는 비용 한푼한푼이 모두 국민의 세금이거나 공공의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된다. 기자들이 좀 힘들고 고단할 수 있으나 기자들을 보람있게 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했구나라고 여겨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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