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객원기자의 특종에 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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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KBS 홍진아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뉴스1


국정파행 사태를 맞아 종편TV 및 진보언론의 적극적 보도에 밀리던 지상파 방송과 보수언론이 신참기자와 객원기자 활약에 겨우 고개를 들게 됐다.

지난 6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날 오전 우 전 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공격적 질문을 받게되자 한 기자를 잠시 노려보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보도됐다.

KBS 홍진아 기자였다. 다소 어려 보이는 여기자가 “최순실 사태에 대해서 전 민정수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냐?” “가족회사 자금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하시냐?”며 당찬 질문을 연속 던지자 우 전 수석이 고개를 돌려 잠시 기자를 노려봤다.

이후 각 매체는 불쾌감으로 눈을 흘기는 우 전 수석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연속 보도했다. KBS는 그런 우 전 수석의 표정을 유발한 자사 기자가 자랑스러웠던지 발빠르게 기자 이름을 자막에 넣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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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팔짱끼고 조사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 조선일보 닷컴


이를 보고 한 언론계 인사는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 공영방송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린 기자를 내세워 겨우 체면치레하려는 꼴이 한심하다”고 평했다.

조선일보도 객원기자의 사진 한 컷에 우쭐해졌다. 지난 6일 밤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서 있고, 그 앞에서 수사를 맡은 검사가 공손한 자세로 ‘조사’하는 사진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진을 지난 7일자 1면에 4단 크기로 큼지막하게 내보냈다. 사진은 우 전 수석의 하늘로 치솟는 위세와 그 앞에 수구리는 한국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고운호 객원기자가 검찰 청사 건너편 건물의 옥상에서 5시간을 기다려 건져낸 값진 특종이다. 객원기자는 조선일보 정식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기자를 말한다. ‘손님(客員)’이 특종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처럼 KBS와 조선일보는 이번 국정파행 사태를 맞아 오래된 고참기자가 아니라 신참, 객원기자 덕에 공영방송, 메이저 신문의 이름 값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