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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자 매일신문 1면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입소자가 사망하고 강제노동과 착취 등 인권유린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매일신문에서 시립희망원을 옹호하는 보도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사 보도내용에 반발한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경영진을 비판하자 자사 노조위원장이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매일신문 편집국 41기 이하 기자들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처지가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지난 1년 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시립희망원 문제에 대한 첫 보도가 일방적인 해명기사였으며 교구의 입장 대변이 언론 윤리와 매일신문 구성원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사측에 ▲편집국장의 공식 사과 ▲공식적인 소통기구 마련 ▲편집권 독립에 대한 대책 제시 ▲시립희망원과 교구 문제에 대한 언론 윤리에 입각한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17일까지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이에 대해 자사 노조위원장이 후배 기자들을 나무라고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편집국에 내걸었다.

권성훈 노조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언론의 공정성’과 ‘우리 조직의 사는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를 서슴없이 선택하겠다”고 회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41기 이하 기자들을 향해서는 “100% 누가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한 사람이면 다 몸소 알게 된다”며 “매일신문 지면에 이름 석 자를 싣는 취재기자군을 비롯해 우리 식구 누구나 도덕적으로나 일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권 노조위원장의 호소문을 본 기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매일신문 기자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이 많다. 비가 온 뒤에 싱크홀이 생긴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 출신의 한 기자는 “매일신문은 이승만 정권 당시 관제데모를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가 대낮에 정치깡패들에게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신문”이라며 “언론의 공정성보다 우리 조직의 사는 길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선배 기자들의 ‘할 말은 한다’는 정신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북지역 일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른 기자 역시 “조직의 사는 길이 더 중요하다면 언론의 존재 의의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이러니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 8일 1면에 ‘사회부’ 바이라인으로 ‘시립희망원엔 1500여 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라는 제목의 해명성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 내용은 “일부 언론 등에 보도된 시립희망원 기사가 상당 부분이 왜곡돼 있고 진실이 호도된 측면이 있다”며 시립희망원의 보도자료를 인용하고, “희망원 생활인은 입·퇴소는 물론 외출도 자유롭고 1500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다”는 시립희망원 관계자의 말을 강조하는 등 시립희망원의 입장에만 치중된 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