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작년 당기순손실 321억… 뉴스 시청률·도달률 하락세

2017년 방송매출 수백억 감소
제작비 절감하며 급한불 껐지만 작년 다시 적자전환
올 1~4월 당기손익만 -670억, 대규모 적자 계속되면 구조조정 압력 가속화될 지도


“KBS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KBS 1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3일 발행한 노보의 제목이다. KBS본부는 노보에서 ‘일상의 위기’를 넘어 ‘위기의 일상화’를 진단했다. KBS도 지난 7일 사보를 통해 ‘재정위기 심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사적 대응’을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지상파 방송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전례가 없을 정도다. 광고매출이 줄어드는 속도는 주류 신문사들보다 빠르고, 그 폭도 더 크다. KBS도 2016년과 2017년 한 해 방송매출이 평균 500~600억씩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1년부터 5년간 수백억씩 적자였다가 2016~2017년 제작비 절감 대책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KBS 총수입은 전년 대비 180억원이 줄었고, 3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S에 따르면 올 1~4월 당기손익 역시 -67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전망을 보더라도 49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KBS는 부사장이 주재하는 토털 리뷰 비상TF를 구성해 이달 안에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광고매출의 감소다. 2012년 6000억원대였던 KBS의 광고수입은 이듬해부터 5000억원대로 내려앉더니 2016년엔 4000억원대, 2017년엔 3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광고수입 역시 3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8억원이 감소했다. 올해 사정은 더 안 좋다. KBS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S 광고 감소폭(전년 동기 대비)이 -37%로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서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광고매출 감소는 지상파라는 플랫폼 자체의 구조적 위기이자, 레거시 미디어 전체가 가진 공통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제는 광고매출이 보여주는 KBS라는 브랜드 경쟁력의 현주소다. KBS가 자체 개발한 시청자 지표모델인 ‘코코파이’를 보면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 일부 장수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KBS의 채널 시청률은 높지만, 시청 규모에 비해 화제성은 낮다. 이는 ‘올드’하다는 KBS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무관치 않다. ‘2018 KBS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KBS 1TV의 목표 시청층은 3059세대인데 시청자 평균 연령은 58세이고, 2TV는 2049를 목표로 하지만 시청자 평균은 50대다. KBS 경남에서 최근 영상으로 제작한 20대 시청자의 솔직한 평가가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상에 등장한 20대들은 하나같이 KBS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고 답했고, KBS의 이미지를 ‘진부한 방송’, ‘딱딱하다’ 등으로 평가했다.


뉴스 경쟁력 역시 마찬가지다.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시청률은 여전히 1위를 기록 중이지만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5년간 ‘뉴스9’ 시청률은 2014년 17.2%에서 2018년 12.0%까지 하락했다(닐슨코리아, 서울수도권 기준). MBC와 비교해도 하락 폭이 훨씬 크다. 도달률을 봐도 최근 3년간 35.4%에서 30.3%로, 26.8%로 급감했다. 반면 SBS는 지난해 반짝 상승했고, 종편 4개 채널은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양승동 사장이 목표로 내세웠던 신뢰도 회복 역시 순탄치 않은 형국이다. KBS가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KBS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2위에 그쳤다. 1위인 JTBC와의 격차는 다소 줄었지만, KBS의 신뢰도 역시 같이 낮아졌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라는 응답은 1위인 JTB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방송사 선호도도 JTBC에 큰 차이로 밀렸다. KBS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비율도 1차 조사 때보다 하락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KBS 뉴스가 질적으로 좋아진 건 분명하지만 전체 뉴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과거의 KBS는 극복했지만, 지금은 뉴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이어졌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였던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이 출연자 문제로 무기한 방송을 중단했고, 지난 4월 강원도 대형 산불 당시에는 늑장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지난달 14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선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 24시간 뉴스채널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사인 KBS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또 지난달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단독 인터뷰가 논란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공영방송 KBS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이른바 ‘정상화’ 과정을 거치며 시청자와의 소통과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현 경영진 입장에서도 뼈아픈 경험이었다.


광고매출, 뉴스 시청률, 신뢰도 모두 내리막이다. ‘정상화’ 이후 달라진 게 뭐냐는 질문도 줄을 잇는다. 지난해 4월 양승동 사장이 취임한 이후 1년 2개월간 내부에서 ‘적폐 청산’과 더불어 나름대로 많은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노사가 한목소리로 위기를 말하는 지금도, 외부에선 KBS 구성원들의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KBS 한 기자도 “이러다 망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진짜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대규모 적자가 계속되면 외부로부터의 구조조정 압력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양승동 사장의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미 KBS 야당 측 이사 3명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전례 없는 경영 위기’를 들어 현 경영진을 비판했고, 2노조인 KBS노동조합도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제작비를 대폭 삭감하기도 어렵다. 고대영 전 사장이 임기 2년 동안 연평균 600억원 이상 삭감한 제작비를 양 사장이 일부 회복시켜 놓은 상황인데, 여기서 제작비를 더 줄이면 콘텐츠 질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내부 반발도 불가피하다.


KBS는 중간광고 도입 가시화, 통합 마케팅, SKT와의 통합 OTT 등을 ‘긍정 신호’로 해석하고 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와 제작비 상승에도 대비해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쟁력과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