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있다.

 

고대영 "방송법 개정안 처리되면 사퇴하겠다" 

1노조 "공영방송 정상화 실마리" VS 2노조 "이해불가, 파업 지속할 것"

KBS 양대 노조 중 하나인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1노조)이 오는 10일 오전 0시부로 파업을 접는다. 이유는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여부에 따라 사퇴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1노조 집행부는 8일 "고대영 사장과 직접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장직에서 용퇴하라"고  요구했다며 " 이에 고 사장이 '국회에서 방송독립을 보장할수 있는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말해 파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10일 오전 0시 부로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앞으로 정치권을 상대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노조는 행정·기술직 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조합원 수는 2,000여명이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2노조)는 1노조와 무관하게 파업을 지속할 방침이어서 양 노조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2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현재 방송법 개정안을 통한 경영진 교체는 야3당이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1노조가) 고 사장의 운명을 왜 국회에 떠미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사장 퇴진과 방송법은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방송법 개정은 이뤄져야 하지만 적폐 사장을 우리 손으로 쫓아내지 못하면 더이상 개혁을 할 수 없다"며 "정치권에 기대려하지 말고 다시 돌아와 고대영 퇴진과 KBS 정상화의 길에 함께하자"고 1노조에 촉구했다.

1노조와는 달리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을 중심으로 1900여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는 2노조는 기존 이사회가 개편된 뒤  고대영 사장이 퇴진할때까지 더욱 강하게 파업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비율 7:6 완화 △중립적인 사장추천위원회 마련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전체 2/3 이사들의 찬성이 있을 때 가결)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법으로 지난해 7월 발의됐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다.

개정안은 발의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야당이 되자 입장을 바꿔  '방송법 개정'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야3당의 주장은 단지 당리당략을 위한 야합일 뿐"이라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