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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맑고 공정한 민주화 시대 열렸다’
‘김영란법 1주, 청렴 돌풍에 편법·꼼수 발 못 붙여’
‘외식·유통업계 김영란법 적응 안간힘’
‘김영란법 한 달, “못살겠다” 외식업계 폐업 속출’
‘한우, 언제쯤 맘 편히 먹나’
‘소상공인 55% 전년 매출 감소… “김영란법 때문”’
‘식사·선물규정 현실외면… 정부 완화 검토’
‘설 선물세트로 돼지고기 첫 등장… 김영란법 영향’
‘김영란법 허용 금액 상향조정… 3·5·10만원→5·5·10만원’

대략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그동안 언론에서 다뤘던 기사의 주된 제목들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법안 시행과 동시에 ‘민주사회를 위한 첫걸음’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접대문화’를 정화한다고 떠들어대더니, 이젠 김영란법으로 애꿎은 서민들만 못사는 나라를 만들어버렸다.

급기야 법안을 통과시킨 정치권까지 나서 모든 경기불황 탓을 김영란법으로 돌렸다. 기껏 대안이라고 3·5·10 금액이 너무 낮으니 정부가 금액을 올려 수정해야한다고 떼를 썼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18일 오전 5·5·10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4개월도 안돼서 법 적용 기준이 바뀌는 상황이라 더욱 큰 논란과 혼선만 가중될 것이 뻔하다.

이 법은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뒤 4년여의 긴 시간동안 많은 논의와 진통 끝에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작됐다. 경제 위축과 혼란 등을 이유로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투명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명분은 국민적 여론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100일이 지난 지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김영란법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 그토록 청렴결백을 강조한 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기업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액수를 강제 모금했다는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자 국민들이 더 큰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이 혼란만 더 부추기는 형국이다. 김영란법으로 식당폐업이 줄을 잇는다는 기사를 쏟아냈고, 기자들은 자기가 속한 언론사를 대변하듯 주로 장사 안 되는 중소상인을 취재했다. 심지어 더 이상 식당을 운영할 의지조차 안 보이는 식당 사장을 인터뷰하며 감성에 호소하고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들이대며 이대로라면 1년 내 폐업하는 소상공인들은 반 이상이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충청권 한 일간지는 지난 16일자 지면에 ‘설 명절을 앞둔 충남도 내 과수·육류 등 명절선물 관련 업체들이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에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설 명절 선물세트가 안 팔리는 이유를 오로지 김영란법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언론보도는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고, 이에 맞는 날카로운 비판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덤이라고만 떠드는 이런 보도행태는 더 큰 문제를 양산한다.

전문가들은 법의 도입으로 발생되는 문제점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보다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언련 사무국장은 “현재 언론의 김영란법에 대한 보도는 일부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만 초점을 맞춰 일부러 부각시키는 느낌이다. 김영란법과 인과관계가 명확한지 정확히 분석해서 보도해야 하지만 그런 보도는 찾기 힘들다”며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3만원이상의 식사비용과 10만원이상의 선물세트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불편한 점이 있다고 치더라도 우리사회에 만연한 병폐 등을 볼 때 과도한 입법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마치 김영란법이 잘못된 것처럼 호도하지 말고, 부정·부폐의 감시비판에 초점을 맞춘 보도와 함께 법의 취지에 맞는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명절이 열흘 남짓 남았다. 설 선물세트로 ‘돼지고기’가 등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한 독자는 “저 기자는 그동안 한우를 선물받았는데 아쉬운가보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댓글이 바로 기사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