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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민상토론2'의 모습/ 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한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회 풍자 코미디가 지상파·케이블TV 개그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찾아가고 있다. 최근 전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씨가 돼 풍자 코미디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이제는 풍자가 부활한 정도가 아니라 ‘이게 방송이 되나’싶을 정도로 수위 높은 풍자가 개그 프로그램 곳곳에서 그려지고 있을 정도다.


지난 27일 방영된 KBS 2TV의 ‘개그콘서트’의 코너 ‘민상토론2’에서는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행적, 청와대의 변명, 검찰조사를 받겠다고 한 뒤 말을 바꾼 대통령의 태도 등을 풍자했다. 또 이들은 “이번 코너는 PD와 아무 상관없는 개그맨의 애드리브다”며 방송 프로그램 검열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와 함께 ‘1대1’코너는 힙합을 통해 노골적으로 현실을 비판했으며 영화 <터널>을 패러디한 ‘나가거든’에서는 국가기관의 무능과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방영된 SBS의 ‘웃찾사’는 22개월 만에 ‘LTE 뉴스’를 부활시켜 촛불집회, 비선실세, 정유라 씨 대학 입학 특례 등을 거침없이 꼬집었다. JTBC의 ‘썰전’을 패러디한 ‘살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비선실세 논란, 차움병원의 길라임 차트 논란 등에 대한 풍자가 펼쳐졌다. ‘내 친구는 대통령’에서는 “내려오라”는 언급을 반복, 박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바라는 민심을 전달했다.


캐이블 방송 tvN의 ‘SNL코리아’에서는 한 크루가 흰색 블라우스와 머리에 선글라스를 올린 최순실 씨를 흉내 낸 모습으로 등장해 “죽을죄를 졌다”며 비꼬는 한편 다른 한 크루는 최 씨의 딸 정 씨로 분장해 등장하기도 했다.


개그맨들이 현실을 풍자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가 공고화되면서 우리나라 대중문화는 정치인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소극적으로 변해왔다. 풍자에 대한 수위를 높일수록 방송심의기구, 정치권 등을 통한 직·간접적인 압력이 계속됐기 때문.


그러나 풍자가 어떤 사람, 정권, 이익집단 등에 의해 중단되고 위축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풍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여겨질 만 하다. 누군가의 발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만큼, 정상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풍자 코미디에 적극 호응해 공감을 표시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된 풍자 개그가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방송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결단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풍자를 그저 풍자로 개그를 그저 개그로 바라보는 관대한 시선도 중요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