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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시장 기자회견 출입금지와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 < 정치 < 노지민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CNN 대 트럼프 사건, 충분한 설명 없는 출입권한 박탈 지적
1970년대 하와이시장-지역지 사건, 시장의 재량권 주장 기각

윤석열 대통령실이 MBC의 보도를 이유로 해당 매체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면서, 출입기자를 통제한 해외 사례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취재접근권 제한의 문제와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단들은 대통령실 조치에 대한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짐 어코스타(Jim Acosta)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일이다. 미국 중간선거 다음날이었던 11월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어코스타 기자는 미국의 이민 정책 및 대통령 선거 TV광고의 인종차별 논란을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고 형편 없는 사람”이라며 어코스타 기자를 비난했고, 백악관 인턴으로 하여금 마이크를 빼앗게 했다. 이에 어코스타 기자와 인턴간 실랑이가 벌어졌고, 백악관은 어코스타 기자가 “(인턴의 몸에) 손을 얹었다”면서 그의 출입권한(하드패스·hard pass)을 박탈했다. 어코스타 기자와 CNN은 트럼프·백악관이 언론 자유 등을 보장하는 수정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CNN 대 트럼프’ 재판을 맡은 티모시 켈리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그해 11월16일 짐 어코스타에 대한 ‘출입정지 해제’를 명령했다. 백악관이 ‘적법한 절차’를 취하지 않아 어코스타 기자의 수정헌법상 권리가 침해됐다는 판단이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표현의 자유, 5조는 적법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자유·재산을 박탈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11월13일 발리 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11월13일 발리 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재판 당시 CNN 측은 백악관 출입 자격(하드패스·hard pass)에 대해 “웨스트윙, 에어포스원(대통령전용기) 및 기타 보안구역에서 백악관 기자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하기에 백악관 기자들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CNN 측이 어코스타 기자의 출입권을 박탈하기 전에 설명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새러 샌더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 구두로 밝힌 것을 제외하면, 백악관이 트위터로 어코스타 기자의 인턴 신체 접촉 의혹을 제기한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출입자격 박탈에 대해 어코스타 및 CNN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방법도 안내받지 못했다고 CNN 측은 밝혔다.

MBC의 경우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해외순방 출국 이틀 전인 지난 9일 밤 김영태 대외협력비서관으로부터 전화로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 받았고, 이후 대통령실 명의 문자메시지로 사유를 전달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MBC 기자들은 해외순방 취재를 위해 대통령실에 여권을 맡기고 출국 준비를 하던 시점이었다. 순방 일정 전날인 이튿날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대통령실 결정에 대한 항의를 담아 공동 성명을 냈지만, 대통령실은 기존 결정을 취소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 배제는 ‘취재 제한’이 아닌 ‘취재 편의 제한’이라 주장하고 있다.

수정헌법상 표현의 자유 관련해선 40여년 전 미국 하와이 시장이 한 신문기자에게 기자회견 출입 금지를 통보한 사례가 있다. 1973년 11월 프랭크 파시 당시 하와이시장이 일간지 호놀룰루 스타 불레틴(Honolulu Star-Bulletin)의 리차드 보레카(Richard Borreca) 기자의 보도가 ‘편향되고 악의적’이라는 이유를 들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일이다.


▲1974년 프랭크 파시 하와이시장의 특정 취재진 배제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1974년 프랭크 파시 하와이시장의 특정 취재진 배제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당시 파시 시장은 일반적인 기자회견을 열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집무실로 일부 언론 매체의 기자들을 불렀다. 그해 11월2일 제임스 리 루미스 시장 행정보좌관이 보레카 기자의 기자회견 참석 불허를 통보한 이래 다음달까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보레카 기자의 참석은 불허됐다.

파시 시장은 당시 호놀룰루 스타에 보레카가 아닌 다른 기자들은 환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인이 아닌 다른 시 공무원들에게 보레카의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듬해 1월 파시 시장은 보레카를 상대하지 않는 것이 “개인적 정책”이며, 각 시의 부서장은 “자유롭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원은 그러나 파시 시장의 주장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새뮤얼 킹(Samuel P. King) 판사는 “그가 내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면 그 사무실은 공적인 장소가 된다”고 밝혔다. 새뮤얼 킹 판사는 “보레카를 배제하라는 구두 명령은 파시 시장이 하와이주 헌법·법률에서 파생된 권한을 시장으로서 행사하는 행정 명령”이며 “보레카를 배제한 공무원들의 행동은 시장 지시에 따른 공무원의 공적 자격에 의한 행동”이라고 했다.

특히 판사는 언론 보도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한 취재 제한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신문은 특히 정치적 경쟁에서 한쪽 편을 든다. 그들은 비판의 대상이며 정부가 비판할 권리는 수정헌법 제1조의 보장 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비판할 권리가 비판적 인쇄물 때문에 언론 또는 그 구성원 중 한 명을 위협하거나 징계하기 위해 관공서의 권한을 사용하려는 시도로 바뀔 때에는, 강력한 정부의 이익이나 그 사용이 헌법상 기준을 충족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앞서 MBC의 전용기 탑승 불허 사유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오히려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이 공격받고 위협 받는다”며 “그래서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가짜뉴스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MBC 보도에 따른 조치임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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