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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제시한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 이 가운데 진짜 뉴스는 ①번과 ④번이다.


언론재단 연구팀 “뉴스 형식 갖춘 기사나 교묘하게 조작된 뉴스는 믿을 수밖에 없다”

#1.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거리를 가득 메우던 지난해 11월, 네티즌 A씨는 인터넷을 하던 도중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해 자신이 자주 찾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기사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여성 대통령의 미래를 보려면 고개를 돌려 한국을 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여성혐오’ 발언 논란이 일었지만 곧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2.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단체카톡방에 ‘놈현·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이라는 제목을 단 글과 동영상을 올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단체카톡방에 신 청장은 ‘세월호는 계획된 살인 사건’, ‘탄핵은 헌법에 위배’, ‘촛불은 공산주의를 원하는 세력’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신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최근 언론계에서 ‘가짜 뉴스(fake news)’의 개념 정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많은 국민들은 ‘기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조작된 온라인 콘텐츠’를 가짜 뉴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해낸 사람은 응답자의 1.8%에 불과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9일 발표한 ‘일반 국민들의 ‘가짜 뉴스’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가짜 뉴스를 접해본 사람들 가운데 80%가 ‘기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조작된 온라인 콘텐츠’를 가짜 뉴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존 언론사들의 왜곡이나 과장보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0.1%만이 가짜뉴스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가짜 뉴스 4개와 진짜 뉴스 2개를 섞어 응답자들에게 보여준 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게 했다.(사진 참고) 그 결과 완벽하게 가려낸 응답자는 1.8%에 불과했으며 5개를 구분한 응답자는 12.8%, 4개를 구분한 응답자는 29.2%, 3개를 구분한 응답자는 38%, 2개를 구분한 응답자는 12.5%, 1개를 구분한 응답자는 5.2%, 구분하지 못한 응답자는 0.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평소 뉴스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이 교묘하게 조작된 뉴스를 접하면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스 형식에 따른 신뢰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퍼진 가짜 뉴스를 캡처한 ‘갈무리 형식’과 글자만 전달한 ‘메시지 형식’으로 나눠 조사 대상자들에게 보여줬다. 그 결과 갈무리 형식을 접한 72.6%, 메시지 형식을 접한 85.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가짜 뉴스라도 제호 등 뉴스의 형식을 갖춘 기사를 신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접 가짜 뉴스를 받아본 사람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32.3%였는데 이 가운데 76.3%는 인터넷(포털, SNS, 모바일 메신저, 커뮤니티 등)에서 가짜 뉴스를 접했으며 대중매체(9.1%), 사적모임(7.7%) 등이 뒤를 이었다. 인터넷 가운데 모바일 메신저(39.7%)로 가짜 뉴스를 접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SNS(27.7%)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76%는 가짜 뉴스 때문에 진짜 뉴스를 볼 때에도 가짜로 의심한다고 답했으며 83.7%는 한국사회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 83.6%는 가짜 뉴스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분열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여겼으며 87%가 넘는 응답자들이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것에 동의했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가짜 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 없이 이를 무조건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가짜 뉴스의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라며 “실제로 가짜 뉴스를 직접 받고나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나 가짜 뉴스 유통이 아직 모든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