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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따를 의무 없다” < 사회 < 노지민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수신료 위탁 계약은 시행령 아닌 방송법 규정에 근거해…한전, 불필요한 계약 파기 없어야”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해선 안 된다는 방송법 시행령이 시행되더라도 KBS와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언론계에선 분리징수 시행령으로 예상되는 혼란에 집권 여당과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여권 위원 2명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국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됐다.

방통위가 의결한 개정령안은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이 수신료를 고지·징수하는 방식을 규정한 시행령 조항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의 뒷 부분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한전이 30여년간 해온 것처럼 전기요금 고지서로 수신료를 징수하면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어도 상위법(방송법)상 수신료 부과·징수(위탁) 권한은 여전히 KBS에 있다. ‘TV수상기 소지자’라는 수신료 납부 대상 기준, 수신료 미납시 가산금·추징금이 부과되고 국세체납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2023년 7월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23년 7월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성순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 법무법인 한일)는 토론회에서 “시행령이 시행된다고 해서 KBS와 한전이 따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애초에 시행령이기에 헌법소원 가처분을 걸어두고 한전과 협의나 소송을 통해 계약을 유지하는 형태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시행령은 방송법상 통합징수나 분리징수 언급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규정한 것”이라며 “거꾸로 얘기하면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시행령을 만들려면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KBS와 한전간 계약에 대해선 “3년간 자동 연장하는 형태로 되어 있고 (계약 내용 협의가 가능한) 특별한 사정은 ‘법률’ 개정이지 ‘대통령령(시행령) 개정’이 아니다. 이 계약은 방송법에서의 위탁 가능 규정에만 근거한다고 생각한다”며 “위탁을 줄지 말지도 KBS 재량, 위탁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도 한전 재량이라는 식의 판시가 이미 많아서 한전이 불필요한 계약 파기에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계약 유지 관련해선 기사형 광고로 포털에서 강등된 연합뉴스가 네이버·카카오 대상으로 ‘포털 계약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된 사례를 들었다. 김 변호사는 “연합뉴스의 계약 위반이 명백한 사안인데도 연합뉴스에 가해질 불이익 또는 공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 때문에 연합뉴스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라며 “이번 일은 KBS가 계약이나 법을 위반한 것이 없고, 정치적 후견주의 소용돌이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7월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23년 7월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17개 방송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방송사노조협의회 주최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의 법·제도적 쟁점과 진단’ 긴급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인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신료 징수를 한전 고유업무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주식회사의 모든 행위는 영리 추구와 연결된다. 한전은 KBS 수신료를 대신 징수해주는 것으로 1년에 465억 원을 받았다. 수입은 한전의 본연, 고유의 업무”라는 것이다.

다만 법적 정당성 해석과 별개로 현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한전이 올해 3/4분기 처음 1조8000억 원 정도 흑자를 냈다. 국제 유가가 내려가고 전기세가 올랐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기침 한 번 하면 적자 누적하던 회사가 수익을 올린다. KBS 수신료 징수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리는 없다”고 했다.

나아가 심 교수는 KBS 안팎에서 ‘사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현 사장은 꾸역꾸역 재방송 비율 늘리고, 광고 노력하고, 60대 이상 주시청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버틸 수 있다. 차기 사장은 빈털터리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KBS 구성원들이 어떤 노조, 정치적 입장인지에 상관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기본적 재원이 고갈되는 걸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외부에서 하는 공격이 근거 없는 공격은 아니다”라며 “KBS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그런 대안을 제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궁극적으로는 정부, 여권의 무책임함에 대한 비판이 높다. 심 교수는 “정부는 집권 여당이 아니라 집권 ‘야당’처럼 행동하고 있다. 방송법은 수신료가 공영방송 재원이라고 정의한다. 수신료가 줄면 부족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 제시해야 하는데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분리징수’한다고 했지, ‘수신료 안 내도 된다’’고 한 적 없지만 사람들은 수신료를 안 내도 된다고 이해한다. 수신료를 안 냈을 때 발생하는 연체료, 법적 다툼으로 추심까지 연결되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최우정 교수는 “정치인들이 ‘뉴스 자체가 굉장히 편파적’이라고 한다. 뉴스만 보지 말고 전체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며 “대한민국에는 정치인만 있지 않다. 성소수자, 장애인, 대기업, 하루 벌어서 겨우 먹고 사는 사람 등이 있고 공영방송은 모든 국민의 다원화된 이익을 대변하고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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