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본사, 기자·예산 지원... 지역이슈 더 쉽고 깊게 전달
“전국뉴스 뒤 ‘10분’ 수준 아닌 제주만의 이야기 이끌고 싶어”




저녁시간. 지역방송사에서 뉴스가 시작된다. 뉴스의 시작은 대부분 전국뉴스. 전국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이 화면에 30여분간 방송되고, 그 뒤에야 5~10분에 걸쳐 지역뉴스가 나온다. 한정된 인력 등 여러 이유로 지역방송사가 뉴스 시간의 일부만을 지역콘텐츠로 채워 넣어서다.


그런데 최근 KBS제주에선 매주 네 차례 7시 뉴스가 지역뉴스로 시작한다. 아니, 뉴스 전체가 모두 지역뉴스다.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또 지역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김익태 KBS제주 편집부장은 “지역뉴스를 전국뉴스 뒤꽁무니에 붙어 있는 10분짜리 뉴스 수준으로 만들기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 형태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며 “기반이 방송사니 주요한 콘텐츠는 황금 시간대에 적극적으로 투입해야만 자연스레 좋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SNS로도 우리 뉴스가 널리 확산될 수 있을 거라 봤다. 그런 생각으로 본사에 기획을 냈다”고 말했다.





KBS의 ‘지역방송 활성화 시범서비스’ 지역으로 선정된 KBS제주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매주 목요일 ‘뉴스 7 제주’ 시간에 지역뉴스시사 종합프로그램 ‘7시 오늘 제주’를 제작, 방송했다. 제작이 자리 잡히자 지난 1일부터는 ‘7시 오늘 제주’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회로 확대 편성했다. 단순히 뉴스 시간만 늘린 건 아니었다. 시청자들에게 제주 지역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또 보다 심층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코너도 선보였다. ‘친절한 뉴스’ ‘시사용어사전’ ‘오늘 제주 현장’ ‘앵커 생각’ ‘뉴스 픽’ ‘짤막토론’ ‘백년뉴스’ 등의 코너가 구성원들의 치열한 논의 끝에 방송됐고 이달부터는 ‘주목, 이 기사’ ‘삶 24시’ ‘증언’ ‘마을뉴스’ 같은 새로운 코너도 선보인다.


현재성 KBS제주 PD는 “뉴스니까 뉴스 형식으로만 코너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차별성이 없다, 차라리 PD 스타일대로 제작해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백년뉴스 같은 경우엔 최근에 일어난 일을 과거의 뉴스와 결합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식이다. 기자 저널리즘과는 또 다른 방식의 뉴스 제작인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코너를 구성하는 이유는 인력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KBS 지역 총국 중 가장 적은 인력으로 매일 40분씩 뉴스를 만들어내려면 고정 제작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익태 편집부장은 “주 1회 뉴스를 제작했을 땐 사실 촬영기자들과 아나운서들이 주도적으로 아이템을 정하고 리포트를 제작하는 등 뉴스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덕분에 저와 현재성 PD 2명으로도 어찌어찌 뉴스를 만들 수 있었다”며 “반면 데일리 뉴스로 가면 보도국 전원이 투입돼야 한다. 고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BS제주 보도국 인력은 현재 수습기자 2명이 충원돼 총 8명이다. 최근 뽑힌 경력기자 3명이 추가되면 11명이 된다. 김종환 KBS 지역혁신부장은 “예산과 인력이 가장 큰 문제일 텐데 최근 KBS제주에 수습기자와 경력기자를 지원했고, 연간 예산도 5억원 정도 더 추가해 내려 보냈다”며 “어찌됐든 지역공영방송의 틀과 방향을 잡는 시도라 저희로서도 성공 여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방송 초반 무관심했던 여론과 달리 영리병원과 제2공항 문제, 비자림 도로 확장공사 논란 등 지역 주요 이슈가 시시때때로 터지면서 방송 안팎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평상시였다면 1분20초짜리 리포트로 끝날 뉴스들이 당사자들의 토론이나 팩트체크, 심층인터뷰 형식으로 진화하며 온·오프라인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김종환 지역혁신부장은 “40분 뉴스를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편성해 제작하는 케이스는 제가 알기로 지금까지 없었다”며 “확산을 기본 전제로 시범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두세 달 KBS제주의 진행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 평가 작업을 거친 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른 지역으로 점차 확산시킬 계획인데, 공영방송의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작지 않은,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