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문을 걸어닫고 기자들을 쫓아낸 채 신문을 파행 제작해 온 한국일보 사태가 24일로 열흘째를 맞았다. 2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장재구 회장의 퇴진을 놓고 노사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일보사 밖에서 만드는 한국일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휴일인 23일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한국일보 편집국엔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서는 용역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간 장 회장 지시에 따라 통신사 기사를 다수 옮겨실으며 신문을 만들어 온 간부급 기자 10여명은 지난 21일 밤 편집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임시로 외부에 마련한 장소에서 신문 제작을 이어갔다. 한국일보 사옥에는 기자가 없는데 신문은 제3의 장소에서 발행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시민사회단단체들은 한국일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광고 중단 운동 등을 벌일 수 있다며 사측에 경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한국일보의 파국이 지속되면 광고 중단과 구독 철회 운동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도 이번주부터 기자들을 지지하는 연대 농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비대위는 23일 남산에서 단합대회를 열었다. 최진주 노조 부위원장은 “21일부터 사측이 이상석 부회장을 대표로 내세워 노조와의 대화 채널을 다시 열었다”며 “파행 발행된 신문에 대해 독자들의 구독 중지와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어 한국일보 사태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