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의 편집국 봉쇄에 맞서 사설 집필을 거부한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대다수의 기자들을 배제한 채 만든 신문을 "가짜 신문"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지난달 8일 이영성 전 편집국장의 경질 철회를 요구하며 후배 기자들 입장을 지지했는데, 편집국 간부를 거친 논설위원들이 사주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은 18일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논설위원들의 입장'이란 성명에서 "지난 15일 한국일보 경영진은 한국 언론 치욕사를 다시 써야 할 만한 기막힌 일을 저질렀다. 월요일자부터 버젓이 한국일보 제호를 단 '가짜 신문'을 발행해오고 있다"며 사쪽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들의 땀과 고뇌가 배어 있지 않은 신문은 더 이상 신문일 수 없다. 어떤 기준으로도 도저히 신문으로 부를 수 없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종이뭉치"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들이 배제된 이런 가짜 신문에 글을 쓰는 것은 지금껏 언론인으로서 지켜온 자부심과 긍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수치스러운 일이고 독자와 사회를 기만하는 일"이라며 사설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논설위원들은 "언론사란 보호막에 싸여온 비리와 탈법, 부도덕의 적폐를 이제는 털어내 한국일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데 200여명 기자 거의 전원이 뜻을 모았고, 이에 대해 경영진이 부당한 인사조치, 편집국 폐쇄라는 가장 최악의 선택으로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가 파국을 자초"했다고 밝혔다. 또 '많은 기자들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쪽의 주장에 대해 "장재구 회장과 그에 기댄 몇몇 경영 쪽 인사, 그리고 사태 무마의 전위 용도로 졸속 승진 발령을 받은 예닐곱 간부가 현재 한국일보 편집국에 출입하거나 남아 있는 전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