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재정 긴축을 이유로 공영방송사인 헬레닉 방송사(ERT)를 잠정 폐쇄한 조치에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연합정부가 깨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임시 휴업조치에 따라 12일 오전부터 모든 공영 TV와 라디오 방송이 중단됐으며, 기자들을 비롯한 ERT 직원 2천500명이 정리해고됐다.

그러나 ERT 기자들은 수도 아테네에 있는 본사 건물에 머무른 채 인터넷TV를 통해 뉴스 생방송을 진행했다.

앞서 ERT 노동조합은 "정부가 채권단의 요구에 따르려고 공영 방송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방송국 점거 시위에 들어갔다고 현지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보도했다.

ERT 노조는 "정부가 진압경찰과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ERT 신호를 끊으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부는 성공했지만 일부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외부에서도 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리스 양대 노동조합 연맹은 13일 24시간 한시파업에 들어가고 그리스 공향은 2시간동안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본사 건물 밖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정부의 ERT 폐쇄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언론인노조도 24시간 파업에 돌입, 민간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 제작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리스 연정의 좌파 파트너들도 ERT 잠정 폐쇄를 철회하라고 촉구해 연정이 깨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ERT 잠정폐쇄 행정명령은 3개월 안에 의회에서 비준받아야 하지만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모든 파트너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연정에 참여한 민주좌파당은 이미 의회에 행정명령 취소안을 제출했다.

그리스의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ERT 기자들이 진행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방송사 폐쇄 조치는 '불법'이라면서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밖에 유럽 방송사 노동조합도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매우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휴업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투명성 부족과 낮은 시청률 등을 이유로 ERT를 시작으로 한 모든 공영 방송을 잠정 중단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공공부문 인력감축 방안에 따른 첫 번째 구조조정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여름이 끝나기 전에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공영방송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으나 공백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논란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RT는 1930년대 라디오 방송으로 개국해 1960년대 TV 방송을 확장했으며 그리스 가정은 TV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전기요금고지서를 통해 시청료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