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페이스북까지… 물 먹을라 전전긍긍

 

"사내 정보보고를 읽다보면 트위터에 올리고 싶어 근질근질할 때가 많다." 한 종합일간지 경제부 기자의 이야기다.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기자는 기사로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자들이 트위터를 쓰면서 이런 딜레마를 겪는다. 그러나 기사와 달리 트위터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기 때문에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들 한다. 남보다 먼저 알리고 싶고 주목받고 싶은 기자들의 욕망은 트위터에서 극대화된다.

"취재하기 바쁜데 트위터까지 챙겨야 된다. 너도나도 트위터를 만드니 챙겨읽기도 바쁘다." 한 인터넷신문 사회부 기자의 이야기다. 그는 트위터를 하지 않지만 틈나는 대로 주요 유명인사의 트위터를 체크한다. 그래도 늘 물을 먹기 일쑤다. 다른 신문에 뜬 기사를 보고 뒤늦게 찾아보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제 취재원들이 직접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대가 됐다. 기자들은 뒤따라가기에 바쁘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KBS 블랙리스트 사건을 폭로했을 때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트위터를 개설했을 때도 트위터에서 한참 논란이 진행된 뒤에야 기사가 떴다. 신경민 MBC 선임기자도 최근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트위터에 먼저 알렸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선거 막바지에 트위터에서 20대의 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졌지만 상당수 기자들은 이를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기업들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기 전에 트위터에 먼저 터뜨리는 경우도 많다. 증권가 루머도 요즘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트위터에서 수다를 떠는 바람에 두산그룹 홍보팀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유명 인사들 뿐만이 아니다. 이름 없는 누리꾼이 트위터에 던진 한 마디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면서 뒤늦게 기사화되는 경우도 많다.

취재 현장에서 트위터로 올린 속보가 뉴스를 앞지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공항 출국장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을 피해 도피성 출국을 했을 때 한 여행객이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김 이사장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린 일도 있었다. 최근 페이스북 열풍이 확산되면서 기자들의 피로감은 더욱 강도를 더하고 있다. 상당수 기자들은 소셜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여전히 이방인이다.

물론 트위터가 오보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달 29일 문화일보는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의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해 망신살이 뻗쳤다. 매일경제 뿐만 아니라 영국의 데일리메일도 비슷한 오보를 냈는데 '@ceoSteveJobs'라는 이 계정은 스티브 잡스를 패러디한 계정으로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알려져 있다. 정작 스티브 잡스는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지난달 30일 탤런트 박용하씨가 자살한 직후 박씨의 아버지도 사망했다는 소문이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KBS 블랙리스트 관련 "KBS가 오해를 풀려면 그냥 김제동과 윤도현, 김미화씨 등을 출연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발언한 뒤 논란이 되자 트위터를 탈퇴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문씨의 발언은 맞지만 그가 탈퇴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터를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들의 트위터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은 소셜 네트워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자들의 트위터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MBC 김주하 앵커는 지난 3월 천안함 사고 직후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된 것 같다"고 트위터에 썼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트위터는 주류언론의 기자들에게 너무 가까이 할 수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없는 새로운 경쟁상대가 되고 있다. 주류언론의 기자들이 트위터에 의존하면 할수록 주류매체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된다.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결국 웹의 등장 이후 뉴스를 둘러싼 기자들과 이용자들의 광범위한 소통은 언론사의 논조나 의사결정 구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최 기자는 "저널리즘의 영역이 견고한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최소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첨삭, 반영하는 개방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껴안기 시작한 뉴스룸의 젊은 기자들은 뉴스룸의 고압적이고 위계적이며 폐쇄적인 조치들에 불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트워크 저널리즘 시대에는 이용자들이 호명하는 기자가 중요하지 뉴스룸에 복종하는 기자는 가치가 없다"고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NHN 김상헌 대표는 지난 4월 미디어경영학회 학술대회에서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 발달이 기존 미디어에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소셜 네트워크는 미디어 이용자들의 관심을 빼앗아오기보다는, 사람들이 정수기 옆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이른바 '워터쿨러 이펙트(정수기 효과)'를 통해 미디어 소비를 촉진시키고 이슈를 를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