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이 ‘디그’를 누른 이유는… 편집자 없는 수평적 권력 관계

소셜뉴스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는 쉽지 않다. 새로운 실험이 계속되고 있고 네트워크 환경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는 소셜뉴스를 사용자가 직접 뉴스나 뉴스 링크를 올리고 뉴스의 가치평가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슬래시닷과 파크 같은 사이트가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면 디그와 딜리셔스가 대중화 단계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그 뒤로도 수많은 소셜뉴스 사이트가 생겨났고 생겨나고 있다.
슬래시닷(Slashdot)은 정보기술 분야 커뮤니티 사이트였는데 카르마라는 독특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소셜뉴스 사이트로 발전했다. 슬래시닷에 가입해 일정 기간 활동을 하면 조정자의 역할을 부여 받아 다른 사용자들의 글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높은 평점을 받은 사람은 계속 조정자로 선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의 글은 한 단계 높은 등급에서 출발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우선순위가 가려지는 시스템이다.

파크(Fark)는 뉴스 공유 사이트다. 파크는 사용자들이 추천한 뉴스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뉴스를 편집자들이 선별해서 메인 페이지에 링크하는 방식이다. 이 사이트는 파크잇이라는 추천 버튼을 뉴스 사이트에 삽입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다가 이 버튼을 누르면 이 기사의 링크가 편집자들에게 전달된다. 편집자의 주관이 강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소셜 뉴스라고 하기는 어렵다.

소셜뉴스의 태동에는 딜리셔스(Delicious)의 역할이 컸다. 딜리셔스는 소셜 북마크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는데 집단지성에 의한 분류라는 의미에서 폭소노미(folksonomy)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딜리셔스는 간단히 설명하면 즐겨찾기를 웹에서 공유하는 서비스인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기로 지정한 사이트가 더 유용한 사이트라고 분류하는 방식이다. 수많은 아류 서비스가 나왔지만 여전히 딜리셔스의 효율성을 따를만한 데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본격적인 소셜뉴스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디그(Digg)는 슬래시닷에 딜리셔스의 모델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슬래시닷이 애초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출발했다면 디그는 북마크 사이트에 가깝다. 여러 사용자들이 링크를 걸고 그 링크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digg it(끌어올리기)’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메인 페이지에 뜨고 ‘bury(파묻기)’라는 버튼을 누르면 메인 페이지에서 사라지게 된다.

레딧(Reddit)은 디그의 아류 모델이지만 디그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디그는 메인 페이지에 링크시키기가 매우 어렵지만 레딧은 이제 막 가입한 사람이라도 가능하다. 그 차이는 사용자들의 권력관계에서 비롯한다. 디그는 파워풀한 상위 20명이 30%의 메인 페이지 링크를 만드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레딧의 랭킹 원리는 좀 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레딧에서는 모든 사용자들의 추천이 동일하게 평가된다.

디그나 레딧과 비슷한 소셜뉴스 사이트로 프로펠러(Propella)와 메타필터(Metafilter), 아이엠보어드(Iambored) 등이 있다. 최근 흐름은 모든 분야를 다루는 이들 사이트들과 달리 전문 분야로 분화되는 추세다. 검색과 전자상거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핀(Sphinn)이나 웹 디자인을 다루는 디존(DZone), 인터넷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트위코(Tweako) 등 정보기술 전문 소셜뉴스 사이트가 많다.

국내에서도 오마이뉴스가 ‘오마이뉴스E’라는 이름으로 디그와 비슷한 링크 추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혁신적인 실험이었지만 오마이뉴스라는 제한된 브랜드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포털 사이트 다음도 ‘다음뷰’라는 이름으로 블로거들 콘텐츠에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편집자의 재량 범위가 너무 크다는 불만과 함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