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부적격 인사로 내부 구성원이 반대한 인물…

4명으로 옥석 고르자? 재응모 가능성 대두                     - 미디어오늘 박장준 기자 -

지난 24일 공모를 마감한 EBS 사장직에 지원한 4명 중 2009년 낙마한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지원자들도 공영방송 사장으로 부적격하다고 비판받거나 교육 관련 경력이 없는 인사들이다. 임명권자인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사장 선임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2차 응모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명희 교수는 지난 사장 공모 과정에서 EBS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사라는 점에서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2009년 최종 면접에서 “EBS 교육 콘텐츠를 명품으로 만드는 데 쓰이는 재원 확보를 위해 교양·문화·음악 프로그램을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고 말해 EBS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당시 EBS 노동조합과 PD연합회는 이 교수를 ‘부적격 인사’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과 EBS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것이 비판의 근거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과 청와대, 여당이 ‘이 교수를 사장에 앉히려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방통위는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재공모를 진행했다.

28일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밖에 지원자는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 김수용 KAIST 교수 등이다.

교육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장직 지원자로 알려진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사장은 MBC PD 출신으로 교육 관련 활동은 동아방송예술대학 조교수 경력이 전부다. 특히 박 전 사장은 2010년 MBC 사장 후보자에 김재철 현 사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야당 측 방문진 이사들은 박 전 사장 등에 대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적격자가 없다”며 기권했다.

사장직 지원자로 알려진 김수용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뇌과학 연구자로 최근까지 태교의 원리와 필요성, 그 효과를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연구 분야가 협소하고 방송 관련 경력이 없다는 것이 방송관계자들의 평이다.

EBS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은 공모 전 방통위원장의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면서 제도를 정비한 뒤 차기정부가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류성우 노조위원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EBS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공영성과 정치적 독립성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며 공모 절차를 차기 정부로 미룰 것을 재차 촉구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에 뽑지 않고 10월 하순에 재공모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공모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영방송 사장을 결정하기에 지원자가 4명뿐이고, 이마저도 부적격 논란에 휩쌓인 인사들이 많아 절차를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한편 EBS 노조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학자 등 2명을 이사 후보자로 추천했다. 류성우 지부장은 추천 이유에 대해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이사회에서도 소신을 가지고 사장과 다른 이사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여러 단체에서 추천받았다”며 “이중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학자와 EBS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시민단체 활동가를 방통위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EBS 이사는 총 9명으로 방통위는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추천몫을 제외한 7명의 이사 후보자를 공모했다. 총 41명이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