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소멸 예언에 고심하는 미디어업계

세계적인 미래학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 미디어랩 교수가 종이책의 종언을 예고해 미디어 업계에 반향이 확산되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주제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타호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나온 네그로폰테의 발언이 진원지다.

   MIT 미디어랩 창설자인 네그로폰테 교수는 지난 7일 열린 이 콘퍼런스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종이책은 죽었다"며 종이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그것도 5년 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그는 "종이책의 소멸이 진행되고 있으며 10년도 아닌 5년 내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책과 종이신문의 위기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미래 미디어 학자가 공식 석상에서 종이책의 사망을 예견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아이패드와 e북 단말기에 기반을 둔 전자책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해 주류 매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킨들용 전자책이 판매량에서 종이책을 추월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최근 종이책이 처한 상황은 과거 필름과 아날로그 음반 시장에 비유됐다. 그는 "1980년대 모두가 필름시장이 사라진다고 했을 때 코닥은 이를 부정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디지털 이미징 업체로 탈바꿈한 코닥은 올해 들어 74년 역사를 지닌 간판 필름 제품인 코닥크롬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하지만 그는 "종이책이 사라져도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디어 시장의 최근 흐름도 이 같은 네그로폰테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서점인 반스앤노블이 종이책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난으로 기업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한 사례다.

   또 애플의 아이패드와 아마존 킨들 등 전자책 단말기의 판매량도 치솟고 있다.

   아이패드는 출시 3개월만에 판매량이 330만대를 넘어섰으며, 아마존 킨들도 올해 미국 내 판매량이 3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타임, 와이어드 등 잡지사들의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보문고와 인터파크 등을 중심으로 전자책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네그로폰테 교수의 주장이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재에 진열해두거나 손쉽게 휴대할 수 있고, 100년이 넘도록 보관할 수 있는 등 아날로그적 장점 때문에 종이책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반박이다.

   네그로폰테 교수의 주장은 지난 1995년 그가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를 종이책으로 내면서 '전자책은 종이책이 가진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 것에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책은 기기에 따라 파일규격이 달라 호환성에 문제가 있고, 현재 유통되는 전자책 파일이 몇 년 뒤에도 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라며 "전자책이 대중화하더라도 종이책과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