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6개월 활동 시한이 끝나는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방송공정성특위)가 아직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빈손 특위’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송인들과 언론 단체들이 ‘직무 유기’를 규탄하는 가운데 이상민 특위 위원장이 합의안 도출을 위해 27일 전체회의에 중재안을 상정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공정성특위는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방송 독립성 보장, 해직 언론인 복직,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월 출범했다. 여야 9명씩 모두 18명이 참여한 방송공정성특위는 ‘방송규제 개선 및 공정성 보장 소위’와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소위’를 두고 있다.

 

애초 특위 출범 때부터 ‘공정성’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가 커 과연 합의안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친정부 성향’ 논란을 빚는 현재 상태의 공영방송 환경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위의 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지금 방송 보도를 중립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현재의 제도 틀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런 태도는 특위를 무력화하려는 시간 끌기라며 반발한다. 야당 간사인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은 특위가 열려도 한두 명 참석에 그칠 정도로 소극적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민주당 안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 안으로 타협하려고 해도 여당 쪽에선 남 의원 안이 당론이 아니라며 반대한다. 대안도 없이 합의를 거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기자·피디 등 현업 방송인들은 방송공정성특위가 공영방송의 공정성 보장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다고 성토하고 있다. 7개 방송 직능 단체로 구성된 방송인총연합회는 25일 성명에서 “언론 자유를 위해 당초에 여야가 합의한 대로 해직 언론인 복귀 및 명예 회복과 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등의 문제에 대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특단의 합의를 이끌어내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도 2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대국민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방송공정성특위 위원장은 여야가 추천한 언론학자 1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의견으로 중재안을 마련했다. 자문단 안은 <한국방송>(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제청을 현재처럼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 찬성으로 바꾸는 특별다수제 도입, 대선 캠프 특보 출신 등을 차단하기 위한 공영방송 사장 결격사유 강화, 방송통신위원장 선임시 국회 동의, 보도 관련 갈등 해소를 위한 편성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담았다. 여야 간 큰 쟁점인 특별다수제 도입은 새누리당이 추천한 보수 성향의 학자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자문단에 참여한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특별다수제의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 이사들이 퇴장하고 여당 이사들끼리 사장을 뽑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합리적 안으로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전문가 집단이 방송의 중립성을 위해 이구동성으로 합의한 안이다. 반대하려면 그에 합당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합의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위는 27일에 이어 30일에도 전체회의를 예정하고 있으나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특별다수제나 보도·제작 자율성과 관련한 안은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여야 의견차가 워낙 커 절충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공정성특위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한겨레신문>